텍사스 폭풍에 자동차 등 글로벌 반도체 품귀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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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등을 덮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며 자동차 반도체 공급부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로이터]

석유·정제유 생산 중단···에너지 산업 대란
개솔린 가격 지속 상승하며 소비자 부담

텍사스주를 덮친 겨울 한파가 전세계 반도체 품귀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한파가 몰아닥쳐 주도인 오스틴 인근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이 가동을 중단했다.

■반도체 공급 차질

오스틴 전력공급업체인 오스틴 에너지는 관내 모든 대규모 제조시설에 겨울폭풍 기간 조업을 중단하거나 감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주민들과 의료 시설에 전력을 먼저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은 양질의 노동인력과 낮은 세율로 글로벌 기술업체들을 유치한 상태여서 조업차질이 전세계 경제에 일파만파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오스틴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는 전날인 16일 반도체 생산을 중단한다면서 생산 재개 일정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NXP, 인피니온 등 오스틴에 공장이 있는 다른 반도체 업체 2곳도 공장 가동 중단을 확인했다. 전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이미 생산 감축에 들어간 가운데 오스틴의 반도체 생산 중단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조업 차질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는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연내에야 업계가 회복될 것으로 우려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벤 바야린 애널리스트는 “이미 대규모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반도체에 충격을 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우려했다.

■업계 막대한 손실 불가피

반도체 산업은 제조 공정 규모와 복잡성으로 인해 단기간 생산이 중단돼도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여기에 더해 비록 미국내 반도체 생산 규모가 대만과 한국의 생산에 비해 크게 적다고는 하지만 가뜩이나 반도체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 공장의 반도체 생산 중단은 반도체 부족 현상을 크게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자동차부터 스마트폰까지 반도체가 필요한 제품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급박한 상황 속에서 오스틴 에너지는 단전이 이뤄지기 불과 수시간전에 이를 업체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이 단전을 대비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게 촉박하게 진행된 터라 향후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석유·정제유 생산 중단…에너지 산업 대란시티그룹은 17일 오전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단전이 지속되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수급 차질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 산업도 대혼란

기록적인 한파로 미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에너지 산업에도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겨울 폭풍이 텍사스주 등 미국 에너지 산업의 중심부를 강타하면서 하루 400만 배럴의 정제유 생산이 중단됐다고 17일 보도했다. 통신은 혹한의 날씨에 상당수 정유업체가 시설을 폐쇄하면서 미국 전체 생산량의 21%에 해당하는 정제유 공급이 끊겼다고 전했다. 이는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석유 시설이 밀집한 걸프만을 강타한 이래 최대 규모다. 미국 내 최대 정제유 생산업체 모티바 엔터프라이즈는 텍사스주 동부의 항만도시 포트아서에서 하루 60만 배럴에 달하는 정제 시설 가동을 중단했고, 로열더치셀과 엑손모빌, 토털SE의 정유 공장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통신은 또 미국 최대 유전 지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최근 5일간 최대 12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전 시설이 정상 가동되는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한파는 미국 유가와 개솔린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8%(1.09달러) 오른 61.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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