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코로나19 백신 보급 양극화···집단면역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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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가동한 가운데, 백신접종을 받은 주민들이 24일 텔아비브공원에서 열린 야외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로이터>

90개 국가는 접종 시작, 130개 빈국은 확보조차 실패

26일부터 한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국민에게 보급하는 나라 대열에 합류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지 1년이 조금 넘은 현재 약 90개국이 이미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에선 연내에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 정부도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피해를 최소화해 팬데믹을 종식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 전체를 살펴보면 백신 보급은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례없는 창궐로 보건과 경제가 파탄나기 시작하자 소수 부국이 공포 속에 백신을 과도하게 차지했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이 야심차게 시작되더라도 궁극적인 목표인 집단면역 달성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의료계에 대한 불신 때문에 백신 보급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백신의 예방효과를 약화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4일 기준 세계 86개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는 접종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로는 이보다 접종국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현재 대중에게 백신이 보급된 나라를 최소 99개국으로 집계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접종되는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제품 등을 포함해 총 9개 제품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구 대비 접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로, 국민의 약 51.1%가 최소 1차 접종을 받았다.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45.4%), 아랍에미리트(36.1%), 영국(26.9%), 미국(13.4%), 바레인(17.9%), 칠레(16.2), 세르비아(11.5%), 몰타(9.3%), 터키(7.4%)가 그 뒤를 이었다. 백신 확보에 선제적으로 열을 올린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접종률은 이들보다 낮았다. 스페인, 독일, 스웨덴이 4.2%,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3.9%, 캐나다가 4.3%를 나타냈다. 자체 개발한 백신의 접종을 진행 중인 중국(본토 기준)은 인구 100명당 약 2.9명이 접종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의 총인구 대비 접종률은 0.1% 미만으로 이란,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주요국의 전폭적 투자로 코로나19 백신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 그러나 일부 국가가 한정된 물량을 두고 노골적인 쟁탈전을 벌여 ‘백신 국수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태가 각박해졌다. 서방국간 물량 확보전은 백신을 아직 1회분도 얻지 못한 국가가 130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벌어져 특히 비판받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화상회의에서 10개국이 코로나19 백신의 75%를 접종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빈국도 접종을 함께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 목표는 제일 먼저 실패로 막을 내렸고 구테흐스 총장은 “인류가 백신 때문에 도덕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탄식했다.

백신 보급의 목적지인 집단면역은 특정 집단 구성원 대다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면역이 형성돼 더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통상 전체 인구의 최소 70%가 항체를 보유하면 바이러스 전파가 둔화해 나머지 인구도 함께 보호를 받는 집단면역 상태가 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신의 보급과 효과 실현에는 변수가 많아 팬데믹의 조기종식을 바라는 이들 국가의 의욕만큼 목표가 일찍 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 이스라엘이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가동한 가운데, 백신접종을 받은 주민들이 24일 텔아비브공원에서 열린 야외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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