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발칵 뒤집은 300억달러 블록딜 배후엔 한인 ‘큰 손’ 있었다

0
530

‘아케고스 캐피털’ 빌 황 대표 투자 실패
투자금 대출 골드만삭스 등 마진콜 요구
결국 주식대량 매도···비아콤 등 27% 폭락

지난 26일 뉴욕증시를 뒤흔든 최대 300억달러 규모의 블록딜 배경에 미주한인 펀드 매니저가 깊숙이 관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월가는 물론 전 세계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29일 월스트릿저널(WSJ)과 CNBC 등 언론들은 지난 26일 하루 뉴욕 증시에서 이뤄진 수백억달러 규모의 블록딜과 이에 따른 일부 주식의 급락은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사진·한국명 황성국) 측이 맺고 있던 스와프 거래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6일 뉴욕증시에서는 비아콤CBS와 디스커버리 주식이 하루에 각각 27% 내렸다. 디스커버리의 하루 주가 낙폭은 2008년 9월 이후 최대였고 비아콤CBS의 경우 1990년 이후 최대였다. 한 주 간 낙폭은 비아콤이 50%를 넘었고 디스커버리는 45%에 달했다.

이들 주식이 특별한 악재성 소식도 없이 이처럼 급락한 것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크레딧스위스 등 대형 투자은행(IB)을 거쳐 이뤄진 블록딜 거래 때문이었다. 블록딜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합의로 주식을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것으로 급격한 주가 변동을 일으킬 수 있어 보통 장회 시장에서 진행된다. 이번 거래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고 주식의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블록딜이 이뤄진 종목에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포함됐다. 저널은 블록딜 규모가 300억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빌 황의 개인투자사인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가 포지션을 정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케고스는 약정된 수수료를 내는 대신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나오는 이익과 손실을 취하는 스와프 계약을 통해 일부 종목의 주식 상승에 베팅해왔다.

CNBC는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손실이 발생했고, 이 회사가 자금 증거금 보충을 요구받는 마진콜을 당하자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처분하면서 포지션 청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아케고스와 거래했던 IB들이 아케고스가 담보로 내놓은 종목들을 압류해 내다 팔면서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디트 스위스도 한 헤지펀드의 마진콜 이후 중대한 손실 가능성에 직면해있다고 발표했다. 아케고스의 손실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아케고스는 빌 황 자신과 주로 가족 재산 100억달러가량을 관리하는 개인 투자회사로, 이번 포지션 정리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저널은 전했다.

언론에 따르며 빌 황은 1982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서 UCLA를 졸업하고 카네기멜론에서 MBA(경영학석사) 학위를 딴 뒤 1990년 현대증권 뉴욕법인에서 주식시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빌 황은 과거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안 로버트슨의 수제자로, 2001년부터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2012년 사기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거액의 벌금을 냈다. 일각에서는 벌금 규모만 무려 6,000만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2001년 설립된 아케고스는 타이거 아시아를 개인 투자사로 전환한 것으로, 최근까지 홈페이지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한국 주식을 주로 거래하는 것으로 소개해왔다.<조환동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