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드로우 노숙자들 좋은 이웃이죠”

1351
대니 박(맨 오른쪽)씨가지난 27일 자신의 마켓에서 흑인 고객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맨 왼쪽의 박씨의 어머니 이 박씨는 단골 손님에게 김치를 설명하고 있다.<박상혁 기자>

부모가 물려준 마켓
3년째 운영 대니얼 박씨
‘소수계 화합 모델’꿈

“흑인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통해 다시는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미주 한인 이민역사의 가장 큰 상 처이자 비극으로 남아 있는 1992년 ‘LA 폭동’이 29일로 어느덧 29주년을 맞았다. 당시 폭동을 경험했던 한인 1세대들은 상처 후 트라우마로 인해 여전히 당시의 아픔을 떠올리는 것만 으로도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여전히 한·흑 갈등이 지워지지 않은 상흔처럼 한인사회 곳곳에 남 아있는 가운데 한인과 흑인 커뮤니 티의 연대와 화합에 앞장서며 미국 최대의 노숙자 집결지인 LA 다운 타운의 스키드로우에서 ‘스키드로 우 피플스 마켓(Skid Row People’ s Market)’을 운영하며 나락에 빠진 흑 인들을 돕고 상생을 실천하는 젊은 한인 남성이 있다. 바로 올해 36세 의 대니 박(박재민)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패사디 나 아트센터를 졸업한 후 포틀랜드 나이키사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하 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26 년간 스키드로우 지역에서 운영해 온 마켓(구 베스트마켓) 처분을 두 고 고민하자, 회사에 사표를 내고 이 마켓을 인수받았다.

박씨는 “스키드로우는 제가 수 십 년간 자랐던 고향과 같은 곳으 로, 이웃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 인지 알고 있다”며 “부모님이 그러 셨듯이 저 또한 스키드로우 지역 사람들에게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 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질 좋은 음식 제공 ▲지 역 일자리 창출 ▲안전하고 협력 하는 분위기 등을 경영 철학으로 세우고 지난 3년 동안 마켓을 운영 해오고 있다.

스키드로우에서 마켓을 운영하 는 박씨에게 흑인, 노숙자들을 상대 로 일하는 게 무섭지 않은지 질문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박씨는 “전혀 무섭지 않다”며 “우리는 모 두 다 똑같은 인간이고, 다 좋은 사 람이다”고 답하곤 한다.

LA 다운타운의 샌피드로와 5가 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스키드로 우 피플스 마켓’ 주변으로는 실제로 수많은 노숙자, 저소득층 흑인 및 라틴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석인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