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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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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서 마주한 골든스테이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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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 주유소의 게스 가격

3주 동부 여행으로 펜실베니아를 지나는 도중 입이 딱 벌어지는 순간을 맞이했다. 자동차에 주유를 하기 위해 동부 기반 편의점·주유소 브랜드 크로스비스(Crosby’s)에 들렀는데 레귤러 개스 가격이 3.94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LA 시내에서 5달러대 후반에 주유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동안 약 2달러의 세금을 더 내고 있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부 여행 내내 주유소에서 3달러대 후반의 개스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개스 가격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4월 21일 기준 캘리포니아의 평균 개스 가격은 5.829달러로 전국 평균인 4.022달러보다 1.807달러(44.9%) 높다. 전국 개스 가격 2위인 워싱턴주(5.380달러)보다도 약 50센트 비싸다.

어느 순간 캘리포니아에서는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라는 말이 고유명사가 돼버렸다. 자신만의 ‘골드러시’를 꿈꾸며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던 사람들은 비싼 물가와 주거비, 재산세, 보험료 등에 못 이겨 하나둘씩 주를 떠나고 있다. 인구조사국의 최신 추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인구는 2025년에 9,000명 이상 감소했다. 특히 LA카운티는 전국 카운티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인구 감소를 기록하며 약 5만4,000명의 주민이 줄었고, 오렌지카운티와 샌디에고카운티도 인구 감소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이 같은 현실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 사이 캘리포니아를 떠난 이들은 더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 이동했으며, 주택 소유율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를 떠난 이주자들은 평균적으로 월 주거비가 672달러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이들은 캘리포니아에 남은 사람들보다 6년 후 주택을 소유할 확률이 48% 더 높았다. 세입자들 역시 이주의 수혜를 누렸다. 연구에 따르면 이주자들은 “새로운 지역의 임대료가 약 30%(약 631달러) 더 저렴하다”고 답했다. 이주 목적지는 네바다가 1순위로 꼽혔으며, 아이다호·오리건·애리조나가 뒤를 이었다. 특히 네바다의 경우 매년 인구 1만명당 81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순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캘리포니아는 빠르게 성장하는 남부 주들에 의회 의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부유세 신설’이다. 이미 영화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는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겼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역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이전을 타진하고 있다. 부유세는 10억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에게 보유 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과세하자는 내용이다. 도입될 경우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해 주 정부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 지도자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다. 캘리포니아의 경제와 치안이 뒷걸음질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곳에서의 행정 경험을 발판 삼아 백악관을 향한 장밋빛 꿈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책은 선의로 시작될 수 있지만 결과는 냉정하다. 민생의 지표인 기름값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주민들에게 ‘장밋빛 미래’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시장의 신호를 외면한 채 규제와 과세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결국 그 비용은 시민에게 돌아온다. 정치가 시민의 삶을 외면하고 대권 가도의 발판으로만 전락할 때, 캘리포니아의 자부심은 이탈하는 차량의 행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치적이 아니라 결과다.

<박홍용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