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이민정책
▶ 합법 이민도 ‘옥죄기’
▶ 시민권자와 결혼에도 구금·자진 출국 증가
▶ “합법 이민 위축효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합법적 이민 전반에 대해서도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그동안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받아 왔던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들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 변호사들과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시민권자와 결혼한 비시민권자 배우자들조차 추방 우려와 심사 강화, 처리 지연 등으로 인해 심각한 불안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일 공영방송 NPR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단행된 급격한 이민 정책 변화로 인해 시민권자와 결혼한 비시민권자 배우자들조차 추방 공포와 심사 강화, 처리 지연 등으로 심각한 삶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부터 75개국 출신에 대한 이민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한 것을 비롯해 영주권 인터뷰 심사 강화, 추방 대상자 범위 확대 등 광범위한 이민 억제 정책을 펴왔다. 이 같은 전방위적 압박은 결혼을 통해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민자 가족의 가정도 여지없이 파고들고 있다.
시민권자의 이민자 가족을 대변하는 단체인 ‘아메리칸 패밀리즈 유나이티드’의 애슐리 디아제베도 사무총장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배우자가 미국 시민권자면 단속이나 구금에서 우선적으로 보호받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무기한 구금될 수 있다는 공포에 스스로 미국을 떠나는 ‘자진 출국’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미이민변호사협회(AILA)의 샤르바리 달랄-데이니 정부관계 담당 수석국장도 시민권자 배우자가 미국 이민법상 누려왔던 특별한 지위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권자의 배우자는 이민비자 쿼터 제한을 받지 않고 불법체류 이력이 있더라도 영주권 신분 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구제받는 등 오랫동안 법적 우대를 받아왔다”며 “그러나 현 행정부는 이들 역시 다른 불법체류자나 일반 이민자와 다를 바 없이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은 이 같은 심사 강화가 법 집행과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USCIS의 잭 칼러 대변인은 NPR에 보낸 성명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하는 외국인의 신원과 과거 이력을 검증하는 것은 미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절차”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 청원서(I-130)가 접수되거나 승인됐다고 해서 합법적 신분이 부여되거나 추방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국 심사를 거치지 않았거나 체류 기간을 넘긴 사람은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정당한 이민 단속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직계가족 초청을 통한 이민은 미국 영주권 취득의 핵심 경로다. 2024년 기준 약 34만3,000여명이 배우자를 통해 영주권을 받았으며, 이는 전체 영주권 승인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부모와 자녀 등 직계가족을 모두 합치면 전체 영주권 승인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러나 최근 비자 발급 중단과 대사관·영사관 업무 지연이 겹치면서 시민권자 가족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민 단체 관계자들은 “강화된 이민 정책으로 가족들이 이민 절차 자체를 꺼리는 ‘위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