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간 주택가격 147% 급등
▶ 비과세 기준 30년째 그대로
▶ 매도·다운사이징 포기 속출
▶ 전문가 “매매전 계산 필수”
하시엔다 하이츠에 거주하는 70대 한인 여성 최모씨는 30년 전 약 45만 달러에 단독주택을 구입했다. 현재 주택 시세는 125만 달러에 달한다. 남편과 사별한 뒤 시니어 커뮤니티로 이주하기 위해 집을 팔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양도소득세 부담을 확인한 뒤 결국 매각을 포기했다.
오랜 기간 보유한 주택의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은 30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집을 팔려는 한인을 비롯한 은퇴자와 장기 보유자들이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코탈리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주거용 주택을 매각한 집주인의 약 25%가 연방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양도차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집을 파는 집주인 4명 가운데 1명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캘리포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탈리티 조사에 따르면 하와이는 주택 매도자의 21%, 워싱턴주는 19%가 비과세 한도를 넘는 양도차익을 기록했다. 특히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아보다 중간 주택가격은 낮지만 최근 집값 상승폭이 커 세금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우스 다코타와 웨스트 버지니아 등에서도 비과세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 매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연방 세법은 최근 5년 중 최소 2년 이상 실거주한 주택을 매각할 경우 부부 공동 신고자는 50만 달러, 개인은 25만 달러까지 양도차익을 비과세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1997년 제정된 ‘납세자 구제법’ 이후 단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반면 주택 가격은 크게 뛰었다.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 15년 동안 약 147% 상승했으며, 캘리포니아는 전국 평균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현재 모기지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택 소유자의 평균 순자산(Home Equity)은 미국 전체 평균(31만6,000 달러)의 두 배가 넘는 62만6,900 달러에 달했다. 집값은 크게 올랐지만 세금 면제 기준은 그대로여서 점점 더 많은 집주인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최씨의 경우 구입가와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양도차익은 약 80만 달러에 달한다. 독신 세금 보고자는 연방 세법상 25만 달러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한 약 55만 달러는 과세 대상이 된다. 과세 대상 금액이 크기 때문에 높은 세율 구간(연방 20%, 캘리포니아 주세 10%~11%)이 적용돼 실제 세금이 18만 달러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부담이 단순히 세금 문제를 넘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은퇴를 앞두고 큰 집을 처분해 작은 집으로 옮기려던 이른바 ‘다운사이징’ 수요가 줄고, 직장 이동이나 생활환경 변화에도 집을 쉽게 팔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탈리티의 아르차나 프라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십 년째 동결된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이 주택 매매 시기와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도 높은 모기지 금리와 함께 양도소득세 부담이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집값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캘리포니아에선 장기간 보유할 수록 취득 가격과 현재 시세의 차이가 매우 커 매각 시 예상보다 훨씬 큰 세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주택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면 계약 체결 전에 예상 양도차익과 세금을 반드시 계산하고, 필요할 경우 세무사나 공인회계사(CPA)와 상담해 절세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자칫 세금 부담을 간과했다가는 은퇴 자금이나 주택 교체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