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어렵기로 악명 높은 췌장암 치료 역사에 거대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암세포의 성장 원인을 직접 찾아가 차단하는 표적 치료제 ‘라송크(Rasonque)’의 승인을 결정했다.
췌장암은 초기 발견이 어렵고 기존 항암제도 잘 듣지 않아 ‘가장 치명적인 암’으로 불린다. 이번에 승인받은 신약은 1차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어 암이 진행된 환자들이나, 독한 항암 주사를 맞기 힘든 말기 췌장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다.
이 신약의 핵심 비결은 암세포를 자라게 만드는 ‘RAS 단백질’을 저격하는 데 있다. 췌장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이 RAS 단백질이 고장 나 암세포를 계속 만들어낸다.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이 스위치를 끄려 시도했으나 약물이 붙을 틈이 없어 ‘약으로 치료 불가능한 타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라송크는 이 스위치를 직접 눌러 차단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알약이다.
치료 효과도 독보적이다.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 결과, 기존 항암 주사를 맞은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이 6.7개월에 불과했던 반면, 라송크를 복용한 환자들은 13.2개월로 생존 기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망 위험 역시 약 60%나 줄었으며, 췌장암 특유의 극심한 통증도 지연시켰다.
의료계가 이번 승인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이것이 ‘암세포 정복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말기 환자의 수명 연장에 맞춰 승인되었지만, 전문가들은 이 약을 시작으로 췌장암 완치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이 표적 치료제에 면역항암제를 함께 쓰는 ‘병용 요법’이 발전하고, 수술 전후 초기 단계부터 약을 투여하기 시작하면 암세포를 완전히 사멸시키는 완치율을 극적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FDA 전문가들은 “지난 40여 년간 철벽으로 여겨졌던 RAS 단백질 제어에 성공함으로써 췌장암 정복을 향한 거대한 발자국을 뗐다”며 “치료 대안이 없어 절망하던 전 세계 환자들에게 완치를 향한 완전히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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