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권자와 결혼 인터뷰 한인 남성 현장서 구금
▶ 추방명령·불체기록 발목… 이민자 ‘안전지대 없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영주권자 등 합법 체류자에 대한 이민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했거나 이미 영주권을 취득한 한인들까지 잇따라 연방 이민당국에 체포되면서 한인 이민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결혼 영주권 수속의 마지막 단계인 인터뷰를 받던 신청자가 현장에서 체포되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영주권 수속 중이면 안전하다”는 인식마저 흔들리고 있다.
텍사스 루이스빌에 거주하는 한인 골프강사 양모씨는 지난 8일 어빙 소재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 사무실에서 결혼 영주권 인터뷰를 받던 중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양씨는 미국인 아내와 결혼한 뒤 영주권을 신청해 최종 인터뷰를 받던 중이었다.
양씨의 아내에 따르면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ICE 요원 2명이 사무실로 들어와 남편을 연행했다. ICE는 양씨가 이민법원에 출석하지 않아 지난 8월31일 궐석 추방명령을 받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은 법원 출석 통지서를 우편이나 이메일, 전화 등 어떤 방식으로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양씨가 실제로 재판 출석 통지를 적법하게 전달받았는지가 향후 추방명령 취소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남가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미국인과 결혼한 한인 남성 황모씨는 지난해 10월 LA 다운타운 USCIS에서 결혼 영주권 인터뷰를 마친 직후 ICE에 체포됐다. 황씨 역시 과거 법원 출석 통지를 받지 못해 궐석 추방명령이 내려진 것이 체포의 배경이었다. 이후 이민판사가 추방명령을 취소했지만 ICE가 즉시 석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과거 범법기록으로 영주권 수속에 차질을 빚은 사례도 있다. 유타주에 거주하는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신모씨는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하던 중 과거 음주운전 관련 기록이 문제가 돼 지난해 8월 ICE에 구금됐다. 신씨는 이후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지난 3월 영주권 인터뷰를 마쳐 추방 위기에서 벗어났다.
공항도 이민단속의 새로운 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 영주권을 신청 중이던 20대 한인 박모씨는 지난달 뉴욕 JFK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 여행을 떠나려다 ICE 요원에게 체포됐다. 박씨는 2024년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미국에 입국한 뒤 허용된 체류기간을 넘겼지만, 이후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와 결혼해 배우자 초청 청원(I-130)과 영주권 신분조정 신청(I-485)을 진행하고 지문 채취까지 마친 상태였다. 최종 영주권 인터뷰만 남겨둔 상황에서 공항에서 체포된 것이다.
이미 영주권을 취득한 한인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텍사스 A&M대에서 연구를 진행하던 한인 영주권자 김모씨는 지난해 7월 한국 방문 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던 중 체포돼 4개월 넘게 이민구치소에 구금됐다.
과거 마리화나 소지 혐의가 문제가 됐지만 이미 처벌을 마친 사건이었다. 이후 국토안보부가 구금을 정당화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이민법원이 사건을 기각했고 김씨는 석방됐다.
애틀랜타에서는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인 영주권자 임모씨가 지난해 2월 ICE에 체포된 뒤 추방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들 사례의 법적 상황과 체포 사유는 각각 다르지만, 과거 이민법 위반이나 범죄기록, 체류기간 초과, 궐석 추방명령 등이 현재 진행 중인 영주권 절차와 별개로 이민당국의 단속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이민법 변호사들은 특히 과거 이민법원 기록이나 추방명령을 확인하지 않은 채 영주권 인터뷰나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주권 신청서를 접수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추방명령이나 이민법 위반 기록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주권 인터뷰나 출입국을 앞둔 신청자라면 자신의 과거 입국·체류 기록과 이민법원 출석 여부, 추방명령, 형사사건 기록 등을 미리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민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