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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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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시카고 한인축제, 올해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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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국일보

축제 부활 3년 만에 다시 중단…이제는 한인사회 전체가 해법 찾아야

시카고 한인사회를 대표해 온 문화행사 가운데 하나인 ‘한인축제’가 올해는 결국 열리지 않고 지나갔다. 2024년 스코키에서 어렵게 부활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지난해 8월 나일스에서 열린 행사를 끝으로 올해는 개최 일정은 커녕 추진 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채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인축제는 8월 둘째 주 주말에 열려왔다. 방학 기간 한인 2세들이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축제장을 찾아 한국 음식과 문화를 직접 접하고, 주류사회에도 한국을 알리는 소중한 자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축제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연례행사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기자로서 이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2024년 스코키에서 열린 축제는 한식과 한국문화 공연, 태권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한인축제의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해 나일스에서 열린 축제는 기록적인 폭염과 홍보 부족 등이 겹치면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주최 측인 시카고한인상공회의소는 적자를 기록했고, 음식 부스로 참여했던 일부 단체와 업소들도 준비한 음식과 물품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다며 대책회의까지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난해 행사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오히려 그때부터 다음 축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공회의소의 축제 추진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고, 한인회 역시 독자적으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기에는 현실적인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허재은 한인회장도 상공회의소와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나는 이 대목에서 한인사회의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행사가 적자를 냈다고 행사를 없애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둘씩 행사를 없애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의 비용과 수고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공동체가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과 기회도 그만큼 사라진다.

물론 무조건 행사를 강행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폭염과 홍보 부족, 운영비 부담 등 지난해 드러난 문제부터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개최 시기를 조정하고, 사전 홍보를 강화하며, 참가업소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후원과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한 단체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기존 방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축제 입장료를 받는 방법은 어떨까?

그나마 시카고총영사관이 추진하는 ‘한국 주간’ 행사가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류사회를 주 대상으로 하는 문화행사와 한인들이 함께 모여 음식과 음악, 문화를 나누는 전통적인 한인거리축제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 주간 행사가 있다고 해서 한인축제가 없어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한인축제는 단순한 음식 판매 행사가 아니다. 한인 2세들에게 부모 세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한국을 잘 모르는 이웃들에게 한국의 음식과 음악, 전통을 알리는 지역사회의 문화 공간이다. 과거 브린마길에서 열렸던 축제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막걸리 한잔을 권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제 그런 풍경마저 추억으로 남게 될까 걱정스럽다.

특히 세대가 바뀌고 한인사회의 구성원들이 점점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공동체가 함께 모일 수 있는 행사는 오히려 더 필요하다. 축제가 사라지면 한인사회가 잃는 것은 하루나 이틀의 행사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고, 서로 다른 단체와 업소를 연결하는 소통의 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한인사회가 과거처럼 많은 인력과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운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고 본다. 한인회와 상공회의소뿐 아니라 각 한인단체와 업소, 문화예술인, 지역사회가 역할을 나누고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운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이미 전통적인 개최 시기를 넘겼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누가 주최할 것인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참가업소의 부담은 어떻게 줄일 것인가, 젊은 세대와 주류사회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를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따로 행사를 갖는 한인단체들이 서로의 영역을 따지기보다 시카고 한인사회 전체의 미래를 놓고 머리를 맞댈 때다.

10여 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린 시카고 한인축제가 불과 3년 만에 또다시 사라지는 것을 단순히 ‘올해 행사가 없었다’는 한 줄의 소식으로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한인축제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한때의 추억으로 남길 것인지는 결국 한인사회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렵다고 없애는 것은 쉽지만, 한번 사라진 공동체의 문화와 전통을 다시 살리는 일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 다시 축제장을 찾아 오랜 지인들과 만나고 한잔의 막걸리를 나누며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일을 누군가가 시작해야 한다면, 이제는 한 단체가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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