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 F
Chicago
Tuesday, September 22, 2026
Home 종합뉴스 주요뉴스 MD 코리안 페스티벌 48년 전통·명성에 ‘먹칠’

MD 코리안 페스티벌 48년 전통·명성에 ‘먹칠’

2
20일 라이브 카지노 주차장에서 열린 코리안 페스티벌의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객석이 텅 비어 있다.

▶ 빈의자 가득 개막식에 경연무대 음향사고 눈살
▶ 일부 참가자 예선 없이 본선행 공정성 논란 자초

무대 위치 잘못에 큰 불편…부스들 조기 철수도

메릴랜드 한인사회의 대표 축제로 48년을 이어온 ‘코리안 페스티벌’이 20일 열렸으나 허술한 행사 준비와 잇따른 운영 차질로 전통과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메릴랜드 한인회(회장 안수화)가 하노버 소재 라이브 카지노 주차장에서 개최한 이번 축제는 개막식부터 행사 일정과 음향 등 곳곳에서 운영상 허점을 드러냈다. 방문객과 응원단, 타인종 주민들이 현장을 찾긴 했으나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개막식에는 지역 정치계 인사를 비롯해 메릴랜드한인회 장두석, 장동원, 백성옥, 이태수 전직회장단과 라이브 카지노의 스티븐 백 시니어 이그제큐티브와 캘리 정 이그제큐티브 호스트가 참석했다. 남스태권도, 이희경 무용단, 메릴랜드한국문화예술원, 징검다리, 메릴랜드시니어고고장구단, 하워드 시니어센터 등의 공연에는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20여 개의 일반 부스는 예정 행사 종료 시간보다 3~4시간 앞선 오후 3~4시경 일찍 철거해 썰렁함을 더했다.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한인 축제임에도 정식 시니어 프로그램은 라인댄스 단 하나뿐이었으며 미술대회 참가자 역시 40여 명에 그쳐 예년보다 저조했다. 결국 행사는 예정(오후 7시)보다 1시간 30분 앞당겨진 오후 5시 30분에 조기 폐회됐다.

앞서 한인회는 본보의 경연대회 예선 공정성 및 홍보 부족 지적(11일자 A6면)을 반박하며 예선을 객관적으로 진행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했다고 밝혔으나 현장 취재에서 확인된 일부 참가자의 출전 경위와 행사 운영은 이같은 설명과 차이를 보였다.

◇ 준비 부족이 부른 파행… 텅 빈 개막식과 먹거리 부스 차질

오후 12시 30분에 시작된 개막식 객석은 준비된 의자가 텅 비어 있었다. 리본 커팅식조차 사전준비가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며 원활하지 않은 장면이 나타났으며 사회자가 “진행이 처음이라 미흡하다”며 양해를 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무대 위치 선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단체장은 “관객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하는데 경사진 위쪽에 설치돼 관람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며 “무대 위치도 세심하게 정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먹거리 부스 운영도 삐걱거렸다. 메릴랜드한국문화예술원, 마이라이프재단, 브라카음악재단 등이 운영한 한식 부스는 오전 11시 행사가 시작됐음에도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라이선스 점검(License Inspection)이 끝나 음식을 제때 준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푸드트럭은 버거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2대뿐이었으며 이 마저도 오후 3시 이후 철수했다.

MD 코리안 페스티벌 48년 전통·명성에 ‘먹칠’

20일 열린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행사 종료 예정시간인 오후 7시 보다 이른 오후 3-4시경 부스들이 철수하고 있다.

◇ 잦은 음향 사고와 일정 지연…축제 분위기 ‘찬물’

공연 일정 및 음향 차질도 잇따랐다.
당초 오후 1시 30분 예정이었던 걸그룹 ‘어라이즈’의 공연은 오후 5시 30분으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5시로 변경돼 무대에 올랐다.
더 큰 문제는 무대 위에서 터졌다. 경연대회는 물론 메인 공연인 어라이즈의 무대마저 반복적인 음향 사고로 음악이 여러차례 중단됐다. 본 공연 3곡은 물론 앙코르 무대까지 음향 사고가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

◇경연대회 일부 참가자 예선 없이 본선 올라

경연대회 예선 절차를 둘러싼 한인회의 설명과 일부 참가자의 진술이 엇갈렸다.
한인회는 17일 본보 보도에 대한 입장문에서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심사위원들과 일정을 조율한 뒤 한인회관에서 7명의 심사위원이 제출된 참가자들의 비디오 영상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예선심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한인회는 이와 별도로 참가 신청자 누구도 심사위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하거나 심사위원을 사전에 알고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경연대회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데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현장 취재에서는 노래 경연대회 참가자 3명이 사전에 영상을 제출하거나 별도의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출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2명의 참가자는 한인회 측으로부터 출전 가능 여부를 묻는 연락을 받았으며 비디오 영상을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참가자는 하워드 시니어센터 관계자의 추천으로 별도의 영상 심사나 오디션 없이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 참가자는 본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들 사례만으로 전체 예선 절차의 공정성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본보가 확인한 3명의 본선 참가자에게는 한인회가 설명한 영상 예선 절차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은 18일 심사위원 구성, 예선 신청자와 영상 제출자 수, 예선 통과·탈락 인원, 심사기준, 본선 출전자 인원 등을 한인회 측에 공식 질의했으나 21일 오후 5시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 자원봉사자 홀대 논란·부스 허위 표기

행사 봉사자에 대한 배려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글 이름 써주기’ 봉사에 나선 한 서예가는 오후 3시까지 점심조차 제공 받지 못해 결국 직접 줄을 서서 음식을 사 먹어야 했다.
오랫동안 한인사회에서 봉사해 온 이 서예가는 “수년간 코리안 페스티벌에 참여해 왔지만 이번엔 배려도 없고 너무 지쳤다. 내년부터는 나오지 않겠다고 한인회에 전달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행정처리에서도 한인회의 사전 통보와 행사 당일 상황이 엇갈리는 사례가 있었다. 한인회는 본보 보도 이후 본보의 구독 행사 부스 제공을 일방적으로 철회했음에도 행사 당일 배포된 안내 홍보지에는 본보 부스가 참여하는 것으로 표기돼 있었다.

◇ 한인회 내부 갈등·사전 준비 부실 드러나

행사 파행의 배경에는 한인회 내부 갈등과 준비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행사 대회장을 맡은 이세희 이사장은 “한인회 운영 및 행정 방식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이미 8월 말~9월 초 사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9월 말까지만 이사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라이브 카지노 관계자는 행사 당일 한인회 임원으로부터 “행사 최종 승인이 9월 12일에야 내려져 사전 홍보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사전준비 부족과 내부 균열이 행사 부실 운영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