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 트럼프 vs ‘차분’ 바이든···판세 흔들 한 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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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3주도 채 남기지 않은 15일 플로리다주 탬파 시내 한 식당에 조 바이든(왼쪽 화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화면)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이 동시에 생중계되고 있다. 생중계는 바이든 후보가 먼저 타운홀 미팅 일정을 잡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 일정을 잡으면서 정확히 같은 시간에 진행됐다.[탬파=로이터 연합]

TV토론 대신 동시에 타운홀 미팅
트럼프 극우집단 리트윗 말 흐려
사회자 “당신은 대통령” 일갈
대선 전 배럿 인준 강행 염두
바이든, 대법관 확대 가능성 언급
트럼프, 퇴원 후 3%p 추격 불구
부동층 8% 그쳐 판세 영향 미지수

15일(현지시간)은 원래 미국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이 예정됐던 날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서 토론은 취소됐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이를 대신해 이날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타운홀 미팅을 계획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같은 시간 동일한 행사로 맞불을 놨다.

미국의 주요 방송국인 ABC와 NBC를 통해 각각 생중계된 행사에서 두 사람은 코로나19 대응부터 연방대법관 임명, 인종차별 이슈까지 ‘간접 토론’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격정적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항변했고, 바이든 후보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정책 설명을 이어갔다.

트럼프, 음모론 그룹 ‘큐어넌’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떨어진 첫 질문은 코로나19였다. 그는 “(양성 판정 후 입원 당시 내 폐가) 약간 감염됐다”며 “그렇지만 폐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선 중국발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 등을 거론하며 “내가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고도 했다.

그는 백인우월주의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나는 수년간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했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안티파(ANTIFA·반파시즘 극좌 그룹)도, 급진 좌파도, (인종차별 항의시위처럼) 도시를 불태우는 것도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 추종자 글을 리트윗한 질문에는 “나는 큐어넌을 모른다. 그건 리트윗이었고,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의견이었다”라고 떠넘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을 계속 흐리자 사회자 서배너 거스리 NBC 앵커가 “당신은 대통령이지, 어떤 것이나 리트윗할 수 있는 누군가의 ‘미친 삼촌’이 아니다”라고 일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3·4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고, “우리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없애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한 경제, 일자리를 만들고, 군대와 장벽을 보충했고, 세금을 줄였다”며 재선을 자신했다.

바이든, 대법관 증원 시사 눈길

바이든 후보도 코로나19 문제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인들은 그렇지 않은데 트럼프 대통령만 코로나19에 패닉(공포)을 보였다”며 “21만명이 넘게 숨졌는데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안 했다”라고 공박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과학자 지침에 따라 백신을 맞겠다라는 뜻도 밝혔다.

흑인 등 유색인종 지원, 교육정책, 경찰 증원 등의 정책 공약도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형사사법제도를 조금 더 공정하고 품위 있게 만들겠다”며 “젊은 흑인 여성과 남성들이 투표하면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 추진과 관련, 대법관 정원 확대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권자들은 투표하기 전 (대법관 증원에) 내가 어떤 입장인지 알 권리가 있다”면서 “(공화당) 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대선 전 인준을 강행할 경우 현재 9명인 정원을 더 늘려 공화당의 장악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상원 과반을 차지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타운홀 행사, 대선 판세 영향 미미할 듯

이날 간접 토론이 대선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들이 늘어가고 있고, 판세를 흔들만한 결정적 실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부동층 비율은 전체 유권자의 8%로, 2016년 대선 같은 시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전승을 가져왔던 부동층 지지를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과 현장유세 복귀 후 지지율 격차는 다시 좁혀지는 상황이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1%포인트였다. 지난달 말 같은 회사의 조사(14%포인트 차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이 3%포인트 따라잡은 셈이다. 여기에 바이든 후보 차남 헌터 바이든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트럼프 캠프 측이 재점화했고, 선거 막판 추가 폭로전 등 공세가 준비되고 있어 바이든 캠프가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두 후보의 3차 TV토론은 22일 열린다.<워싱턴=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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