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天高馬肥(천고마비)의 원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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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가을이 되면 우리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되었다며, 독서(讀書)의 계절이라고 말하면서 책 읽기를 독려(督勵), 계몽(啓蒙)합니다. 그러나 독서하기를 권하는 말은 ‘독서백편의자통’(讀書白遍義自通)이라 하여, 같은 책을 백번 되풀이하여 읽으면, 저절로 뜻을 알게 된다고 말하며, 또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이라고, 오직 책읽기에만 골몰함이란 뜻으로 가을에는 공기도 맑고 시원하므로 책을 읽기에 적당한 계절이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그런데 위의 제목은 ‘하늘은 높고, 말(馬)이 살찐다.’의 뜻으로 가을의 특성을 형용하는 말이지만, 가을 하늘이 높은 것은 맞는 말이지만 말(馬)이살 찐다는 것은 일반 백성하고는 별로 인과관계가 없는 말입니다. 왜냐면, 보통 서민은 말을 키우지도 못했고, 지체 높은 양반이나 군사들만이 말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가을이 오면, ‘천고마비의 계절이 왔구나!’ 하면서 전전긍긍(戰戰兢兢)하며 공포의 대상이 되어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고 합니다. 특히 함경도 북쪽에 사는 변방주민들이 더욱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러면 이 말이 나오게 된 진짜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천고마비(天高馬肥)란, 중국 은(殷)나라 때, ‘흉노’(匈奴)의 침입과 관련되어 생긴 말입니다. 자주 북방에 나타나기 시작한 ‘흉노족’(匈奴族)은 거의 2,000년 동안이나 중국의 각 왕조(王朝)나 백성들에게 공포(恐怖)와 증오(憎惡)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흉노는 척박(瘠薄)한 초원(草原)을 생활근거지로 하며, 유목(遊牧) 생활을 하는 그들의 가장 강점(强點)은 말(馬)의 의한 기동력(機動力)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병’(騎兵)이 강했고 그 기동력을, 십분 발휘해 바람같이 국경을 넘어 들어와 중국 북변(北邊) 일대를 마음대로 휘저었으며 약탈(掠奪)을 자행(自行)하고는 다시 바람처럼 유유히 달아나 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의 군왕(群王)들은 모두가 ‘흉노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講究)하는 것이 외치(外治)의 가장 큰 과제’로 뽑았던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B.C 770-221년 550여 년간) 때에 연(燕), 진(秦),조(趙)나라는 각각 북쪽 변경(邊境)에다 장성(長城)을 쌓았고, 결국에 중국을 천하통일 한 진(秦)나라의 왕은 자신을 ‘진시황제’(秦始皇帝)라 칭(稱)하며,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만리장성’(萬里長城) (임조(臨兆)에서 요동(遼東)까지 6,252km(중국 里 로 12,450리)를 10년여에 걸쳐, 30만 명이상을 동원하여 진(秦)나라의 통일의 1등 공신인 몽염(蒙恬)장군의 진두지휘 하에 축조(築造)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흉노 때문에 만리장성을 쌓았고, 그들이 약탈하러오는 시기가 말(馬)이 가장 기동력(機動力)이 좋은 가을, 즉 말(馬)이 살찔 때 이였기 때문에 ‘천고마비’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며, 우리와는 별로 무관(無關)한 고사(故事)입니다. 더구나 독서(讀書)와 마비(馬肥)는 상관이 없는 말입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世宗大王)은 김종서(金宗瑞)로 하여금 함경북도에 육진(六鎭)을 설치하고 우리나라 국경선을 두만강(豆滿江) 북쪽으로 확장 여진족의 침입을 막아 약탈을 못하도록 막는 일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여진족은 꼭 가을만이 아니라 수시로 침략을 하였기에 천고마비라는 말은 없었으며, 가을에는 ‘하늘도 높고 선선하여 책 읽기에 좋은 계절’, 추고청풍(秋高淸風)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