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후세를 위한(?) 미주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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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다은 취재팀장

 

“힘들게 도착한 미주체전이 알고보니 두개로 갈라져 있었고, 제가 도착한 체전에는 태권도 시합이 열리지 않아 그냥 시카고로 돌아와야 했어요. 저와 같이 운동을 하는 2세들에게 미주체전은 어릴 적엔 한국사람들끼리 모여 경기 치르는 행사로 추억남기는, 꼭 가고싶은 곳이었지만 점점 커 가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행사가 되어버렸지요.”

중서부 태권도 선수대표로 미국 국가대표전에 도전했다가 아쉽게 3위로 선발 탈락된 한인 2세 인재가 있었다. 그의 기억에는 어릴 때부터 미주체전 참가는 삶의 일부였고, 계속적으로 꿈을 키워나가는 통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2년간 구슬땀 흘려 준비해 나갔던 체전이 두개로 나뉘어져 허무하게 돌아와야했던 지난 체전 때의 씁쓸한 기억을 전했다.

이번 미주체전 개막식에서 임원들과 내빈들은 하나같이 ‘이국땅에서 우리의 뿌리를 후손들에게 잊지 않도록 체험하는 곳’, ‘후세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산 교육의 현장’, ‘미주 동포사회의 이민역사가 후손들에게 계승되는 자리’라고 강조하며 환영사, 격려사를 전했다.

미주체전은 미전역에 흩어진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최대행사다. 소수민족 중 미국에서 38년간 19회째 대규모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민족은 한인커뮤니티가 유일하고, 올해 달라스에서 열린 미주체전에는 30개지역에서 3천여명의 한인들이 모였다. 이렇게 대단한 미주체전이지만 ‘후손들을 위한 자리’라는 취지에 과연 부합한 행사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올해 대회에 참가한 30개지역에서 온 선수들을 바라보니 우리 시카고팀이 타 대도시지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선수층 연령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주체전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던 아이스하키와 배구팀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시카고팀에겐 큰 아쉬움이다. 특히 아이스하키, 배구, 농구 등 젊은 2세 선수들로 구성된 종목의 경우 매번 참가 때마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보니 대회직전까지 참가를 고민하기도 하고 오랜 역사를 잇고있는 행사이다 보니 여전히 1세로 구성된 임원들 속에 2세 선수들과의 소통이 잘 되고있지 않은 것은 문제다.

미주체전에 참가해본 적이 있는 2세들이 참가하지 않는 이유로는 시간적·재정적인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공감 할 수 없다’는 것에 지쳐있다는 것이다. 개막식에서 임원들이 ‘후세들을 위한다’고 여러번 말했지만 정작 무엇이 어떻게 후세들을 위한 것인지는 점검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한인들끼리의 경쟁이 아닌 화합을 후세들에게 전해주는 미주체전만의 ‘스포츠맨십’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시카고체육회 내부 사정으로 대회 준비가 늦어진 게 사실이다. 따라서 기금모금 등이 순조롭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선수지원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영 체육회장, 오소제 준비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뭉쳐 짧은 준비기간에 비하면 이번 대회를 비교적 잘 치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체육회가 체계적인 선수선발 및 참가준비를 위해 내년에 ‘시카고체육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포츠 인재들을 발굴하고 선수들을 준비시키는데 바람직한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동시에 시카고 한인동포들도 지역사회 발전과 후세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2년 후 시애틀 체전에서는 1세들의 아낌없는 후원과 지원 속에 더 많은 2세들이 도전하며 활약하는 시카고 선수단을 기대해본다. <홍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