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 후임’ 대선 쟁점 부상···‘인준 전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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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이 별세한 지난 18일 밤 뉴욕 맨해턴의 뉴욕주 대법원 건물에 그의 이미지가 투영돼 있다.[로이터]
새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오른 판사들. 가장 유력시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왼쪽부터)와 바바라 라고아, 애뮬 타파 판사.[로이터]

트럼프·공화, 신속지명 ‘속도전’ 시사
민주, 저지 모색하지만 수단 마땅찮아
“보수 여성판사 배럿이 차기 선두주자”
트럼프 “금주에 여성으로 지명하겠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의 별세로 후임자 임명 문제가 대선을 6주 앞둔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신속히 후임자를 지명해 공석을 메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종신직인 연방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연방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인 53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간 연방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9명 중 성향별로 보수 5명, 진보 4명의 이념 구도를 보였다. 공화당은 보수 대법관을 6명으로 늘려 확실한 보수 우위로 만들려 하지만 민주당은 결사 저지하려는 태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선거에서 상원을 장악할 경우 대법관 수를 늘려 대법원 이념 지형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CNN은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가 새로운 정치 논쟁을 불러오면서 양당 유권자를 자극해 대선판을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화, 말 뒤집고 ‘강행’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후임자로 지명하는 인물에 대해 상원이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대법관 선출은 자신과 공화당의 의무라면서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 트럼프’ 중진으로 상원 인준의 핵심인 법사위를 이끄는 린지 그레이엄 법사위원장도 이날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레이엄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저지한 뒤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대법관 공석을 메우려고 하면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두 차례나 공언했으나 자신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다만 공화당 상원의원 중 최소 2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 지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이탈표가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인 리사 머코스키와 수전 콜린스가 이미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콜린스와 머코스키 의원은 “차기 대법관은 11월 선거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이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 저지 총력

민주당은 차기 대법관 문제를 선거 쟁점화하면서 ‘총력 저지’를 모색하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이날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이메일에서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뒤집고, 이민자 보호를 중단하고,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사람을 지명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지지층도 결집하는 분위기이다. 민주당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액트 블루’(ActBlue)의 시간당 모금액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소식 직후인 전날 오후 9시 620만 달러로 신기록을 세웠고, 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 630만 달러로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민주당의 척 슈머 연방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상원의원들과 전화 회의를 하고 긴즈버그 후임 지명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화당의 이탈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인준 청문회와 투표를 막을 권한이 없다고 CNN은 지적했다.

4년 전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돼 양당이 격돌했었다. 2016년 2월 보수파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타계해 공석이 되자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메릭 갤런드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인준에 나서지 않았고, 결국 대선을 치르고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이 지명됐다.

당시 야당인 공화당은 퇴임할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4년 뒤인 지금은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후임 물망은

새 대법관 후보로는 보수 성향 여성인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와 남아시아계 남성인 제6연방항소법원의 애뮬 타파 판사, 제11연방항소법원의 쿠바계 여성인 바바라 라고아 판사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배럿 판사가 대법관 공석을 메울 선두주자라고 NBC 뉴스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배럿 판사는 2018년 은퇴한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의 후임으로도 거론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브렛 캐버노를 지명한 뒤 “배럿은 긴즈버그를 대비해 남겨두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법관 인준에 걸린 평균 기간은 71일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 지명과 관련,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엇빌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다음 주에 (대법관)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며 “여성이 될 거다. 아주 재능있고 훌륭한 여성”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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