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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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매택 슈퍼시니어대학/윌링)

우리들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형성되면서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갖고 살아 왔다. 오늘은 문예부 선생님이 강의를 하시는 날이었다. 글 제목은 “사랑”이라시며 사랑이라는 제목은 집터이고 기둥과 대들보는 주제라시며 아름다운 집을 짓기 위하여 집 내부에 데코레이션은 본인들이 잘하여 아름다운 집을 만들자고 하셨다.

나는 제목을 받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남녀간에 사랑, 형제사랑, 부모자식간의 사랑, 손자사랑, 이웃사랑, 협동사랑, 친구사랑, 인생을 80년 살아오면서 겪고 온 사랑들이다. 나는 인천박문여고시절, 문예부 총각선생님이 미남이시라 많은 여학생들이 좋아해서 나도 문예부 교실에 친구들과 같이 참석했었는데, 그것은 무슨 사랑인가 하면서 혼자 웃었다. 그래도 그 선생님이 내글을 택하여 학교 교지에 실어 주셨으니 감사한 일이었다.

꿈 많았던 시절, 나는 부자집 사모님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의상디자이너, 현모양처 하면서 고민이 아닌 고민도 해보고 힘들 때는 “고진감래”하면서 신중하게 살아온 소녀시절이 있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생각해보니 무탈하게 살아왔고 남편을 잘 만나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낳고, 아이들 모두 우등생이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가정을 이루었으니 이만하면 현모양처가 아닌가.

지금은 사랑으로 지은 멋진 집에서 남편은 먼저 천국으로 가셔서 그곳에 사랑의 집을 짓고 계시니, 이제는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의 재롱에 흠뻑 빠진 사람의 가정이다.

이 글은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이 볼 것이니 손주들의 자랑도 하고, 칭찬도 하고 싶다. 첫 손자가 태어날 무렵 아들과 며느리는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나는 베이비시터를 했는데 그때 손자가 곰실곰실 움직이며, 우유를 먹을 때는 얼마나 귀여웠는지, 생긋생긋 웃음지우며 세상근심은 하나도 없다는 듯 울음소리도 전혀 없었다. 걸음마를 할 때는, 아침에 내가 가면 “할머니” 하면서 안기고는 할머니왔다고 큰소리로 아들과 며느리에게 알렸다. 천진난만한 손자 Andrew를 보면 천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천사이다. 그리고 아들, 손자는 며느리가 신앙으로 키웠기 때문에 특별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아들네집에 거실벽 한면에 노아의 방주와 모든 짐승들의 그림이 붙어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에 가보니 밑에서 기어나오던 거북이도 없어지고 땅에 걸어나오던 오리, 닭, 짐승들도 다 없어졌다. 높은데 있는 노아의 방주와 노아에 가족들은 그대로 있고, 무지개 비둘기도 그대로 있었다. 그림이 스티커로 되었기 때문에 Andrew가 떼어내어 놀다가 다시 붙이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왜 떼어 냈느냐”고 하니까 잠시 생각하더니 “할머니 40일 밤낮으로 비가 와서 떨어졌어”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런 말은 큰 아이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인데 이제 3살 밖에 되지 않는 애기가 말하는 것을 보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나도 헷갈렸다. 그래서 “그래, 그렇게 비가 많이 왔어”라고 응수하면서 다시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거북이와 짐승들을 다시 붙여놓았다.

그랬던 손자가 어느덧 성장해서 미남이 되어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올해 입학을 한다. 축구, 야구, 농구를 했고, 또 피아노와 트럼본을 해서 후에 자랑스러운 미국의 일인자가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대하는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다음 기회가 있다면 나의 모든 손자와 손녀의 글도 쓰고 싶다.

나는 지금 생각해본다. 그 많은 사랑중에 하나님의 사랑이 최고고 다음은 손자 사랑이라는 것을. 그런데 왜 부모님을 이렇게 사랑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또 후회하지만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것을. 우리 어머니는 모태 천주교신자로서 성실하게 남을 도와주시면서 사셨다. 나는 과연 부모님께 어떤 사랑을 하였는가. 반문하며 가나안 농군 학교 교재중에 “올리효도, 내리사랑” 이라는 글귀가 머리를 스치는 순간, 80년 세월을 돌아보니 사랑의 세계는 온 세상이 사랑인 것을… 내리사랑은 우리의 본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