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바리새인에 대한 오해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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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팬데믹 재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손을 씻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손을 자주 씻다 보니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바리새인이 되었구나’ 하는 농담이 나오게 되었다. 예수님 시절 구약의 가르침에도 없는 바,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고 예수님의 제자들을 비난했던 바리새인들(막 7:1-5) 생각이 나서 떠올린 우스개 생각이다. 바리새인 얘기를 해 본다.

신약성서의 세계에서 바리새인들이 미치는 영향이 워낙 지대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그들이 상당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고위 제사장들이거나 성직자들로 생각하고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사두개인들은 고위 성직자들로 당시의 권력층이었다. 하지만 바리새인들은 레위 지파, 아론의 계열에 속한 제사장이 아닌 평신도들이 다수인 자발적 성경연구 클럽이었다. 따라서 예수님 당시 이들이 권력층에 속한 의사결정 그룹이 되지는 못했다. 사실 이들이 권력을 행사하던 때가 있었다면 신구약 중간시대의 유일한 여왕이었던 살로메 알렉산드라(BC 76-67)의 10년 정도 통치기간이었다. 그녀의 남편인 알렉산더 얀네우스(BC 103-76) 때는 저항 세력으로 인정되어 심한 핍박을 받았었고 후대 헤롯 가문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이들이 예수님과 갈등을 일으킨 것은 율법의 해석과 하나님 은혜의 의미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었다. 일 세기에 약 6천 명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바리새인들은 그들의 정확한 율법 지식과 실천적 적용에의 강한 의지 때문에 일반 대중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바울의 바리새적 배경은 그를 철저한 사역자로 세워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탁월한 바울의 경건은 상당 정도 바리새인으로서의 수련이 기초가 되었던 것 같다(행 22:3, 빌 3:5). 예루살렘의 신자들 중에도 바리새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행 15:5) 이들의 경건이 꼭 그리스도교 신앙과 배치되는 것만은 아니었음에 틀림없다.

요세푸스는 그들의 정신적 영향력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일반 대중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심지어 그들이 왕이나 대제사장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도 그들은 즉시 신용을 얻는다”(「유대고대사」13.288). 바리새인들은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마 이러한 사회적 영향력이 그들로 하여금 교만과 위선을 떨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교만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하는 예수님의 복음과 그분의 대속적 죽음이 가져다준 복음을 수용하는데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잘난 것이 문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며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 했다(잠 16:18). 소위 한국의 과거 운동권 좌파들이 이렇게 권위주의적인 위선을 제도화해가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어 슬프다. 결국 바리새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져 더 이상 제사를 드릴 수 없게 되고 성직자였던 제사장이 지상에서 필요 없게 되었을 때, 율법 연구 중심의 랍비 유대교를 태동시키는 주역들이 되었다. 오늘날의 랍비 유대교는 당시 바리새파 유대교의 후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