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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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료타 노노미야’는 모든 면에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건축가이고 현숙한 아내 ‘미도리’와 아들 ‘케이타’가 있다. 일이 바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지만 고급 아파트에 경제적으로 풍요롭다.

엘리트에 성취욕이 강한 료타는 6살 아들이 취미로 하는 피아노 렛슨도 매일 연습하게 한다. 11월, 료타 부부는 아들과 명문 사립초등학교 면접을 본다.

자신이 나온 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내기 위해 면접관들의 예상 질문에 모범 답안을 준비하고 케이타는 합격한다. 하지만 미도리 고향의 산부인과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모든 것이 뒤집힌다.  케이타가 료타의 친자식이 아니란다. 6년전 병원에서 아기가 바뀐 것이다. 료타와 미도리는 병원측의 주선으로 상대방 부모와 만남을 갖고 아이들의 사진을 교환한다.

어쩔 줄 모르는 부모들에게 병원 관계자는 양쪽 가족이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빠른 시일 내에 아이들을 바꾸라고 권한다. 료타의 친아들 ‘류세이’를 키우는 ‘유다이’와 ‘유카리’부부는 시골에서 잡화점을 하는데 류세이 밑으로 애가 둘이나 있다. 넉넉치 못한 살림에 엄마 유카리가 식당에서 일하고 아빠 유다이는 아이들과 들로 강으로 다니면서 놀아준다.  료타는 이 일도 풀어야 할 문제의 하나로 간주하지만 미도리는 괴롭다.

평소 료타는 매사에 뛰어나고 적극적인 자신과 달리 착하고 수동적인 케이타가 불만이었는데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에 납득을 한다.

료타는  다른 부모가 교육이나 경제적으로 모자라는 점이 마음에 안든다.

양쪽 가족은 매주 만나 낯을 익히다가 케이타와 류세이가 집을 바꿔 주말을 보내게 된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낯선 곳에서 잠을 잔다. 류세이는 호텔같은 아파트에 놀라고 고기도 실컷 먹지만 이내 지루해 한다.

케이타는 다섯 식구가 왁자지껄하는 밥상에서 밥을 먹고 좁은 욕조에서

유다이 아빠와 동생들과 물장난을 한다. 유다이는 고장난 장남감도 잘 고치고 연날리기도 선수라서 아이들이 즐거워 한다.

료타는 자신을 꼭 닮은 류세이에게 핏줄을 느끼지만 케이타도 포기할 수 없다. 둘 다 키우겠다고 했다가 유다이 부부와 아내의 비난을 받는다. 미도리와 유카리는 서로 위로하며 친구가 된다. 이듬해 8월, 예행연습 끝에 드디어 아이들을 바꾼다. 미도리는 류세이가 사랑스럽지만 케이타를 못잊고, 유카리는  밤에 잠을 못자고 마당에 나와있는 케이타가 안스럽다. 료타는 류세이의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에서 케이타가 찍은 자신의 사진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출생시 아기가 바뀌는 소재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 사건을 통해서 한 남자가 진정한 아버지로 거듭나는 과정을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료타는 현대를 사는 남자의 전형이다. 자기는  돈이 있으니 두아들을 다 키울 수 있다고 말하자 돈 못버는 유다이는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없는 것도 있다고 충고한다. 아이들은 유다이 아빠를 더 좋아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탄탄한 스토리와 표정과 눈빛으로 내면의 갈등과 아들에 대한 애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주인공의 연기가 뛰어나다.  촌스럽고 낙천적인 유다이와 기른 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미도리, 두아들과 철없는 남편을 애정으로 품어주는 유카리의 조화가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아이들을 바꾸는 날 시골집에 남겨지는 케이타가 울듯한 모습으로 료타의 차를 바라보고, 차에 태워져서 정든 식구들을 떠나는 류세이가 무심한 듯 창밖을 보는 장면은 눈물이 난다.  201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