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그래도 가족이야(Little Miss Sunshin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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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코로나로 인한 자택 격리가 길어지면서 하루종일 붙어있는 식구들과 잘 지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가정 폭력이 늘었다는 우울한 소식에 권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가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웃기고 울리는 신랄한 스토리는 공감과 위로를 준다. 2007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였고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미배우조합이 주는 최고상을 포함 각종 영화제를 휩쓴 화제작이다.

별 볼일 없는 ‘후버’씨네 가족. 가장인 ‘리챠드’는 인기없는 성공학 강사로 자신의 9단계 성공 테크닉을 책과 디비디로 출판하려고 한다. 착실한 아내 ‘셰릴’은 무능한 남편때문에 힘들다. 사춘기 아들 ‘드웨인’은 니체에 심취해서 사람들을 증오하고 파일럿이 되기 위해 공군사관학교 갈 때까지 침묵을 결심, 아홉달 째 종이에 글씨를 써서 소통한다. 할아버지는 널싱홈에서 헤로인을 하다가 쫒겨나서 아들 집에 얹혀 산다. 여기에 셰릴의 남동생 ‘프랭크’가 합류한다. ‘푸르스트’의 대가인 프랭크는 동성애자인데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시도했다. 막내인 일곱살 ‘올리브’만 티 없이 맑고 명랑하다. 퉁퉁하고 안경을 낀 올리브의 꿈은 미인대회에 나가는 것.

그러다 올리브가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리틀 미스 선샤인’대회에 결승 후보로 나가게 된다. 온 식구가 다 같이 가기로 결정하고 낡은 노란색 미니 버스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레돈도 비치까지 700마일의 길을 떠난다.

가는 동안에도 식구들은 좌절하고 실패한다. 또라이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여자들과 많은 경험을 해야한다고 충고하고 프랭크는 사돈 어른의 부탁으로 포르노 잡지를 사러 주유소에 들렀다가 변심한 애인을 만난다. 리챠드는 믿었던 출판이 무산되었음을 통보받는다. 고물 버스는 식구들이 뒤에서 밀어야 겨우 움직인다. 후버네 여섯 식구는 모텔에 묵는다. 리챠드와 셰릴은 돈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고 올리브는 할아버지에게 대회에 대한 두려움을 상담하고 따뜻한 격려를 받는다.

다음 날 아침 할아버지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 실려가 사망한다. 대회 시간이 임박하고 사망 수속하느라 지체할 수 없는 식구들은 할아버지 시체를 병원에서 몰래 빼내어 차 트렁크에 싣고 대회장으로 떠난다. 올리브가 병원에서 가져온 시력 검사 책자로 드웨인의 눈검사를 하다가 드웨인이 색맹으로 밝혀진다. 색맹은 파일럿이 될 수 없다. 절망한 드웨인이 울부짖고 올리브는 오빠를 위로한다. 마침내 대회장에 도착하고

무대에 선 올리브는 자신의 춤을 할아버지에게 헌정한다. 올리브는 천진한 얼굴로 할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스트립 댄서의 춤을 멋지게 연기한다. 기겁을 한 주최측이 올리브를 끌어내리려 하자 리챠드, 셰릴, 프랭크, 드웨인 모두 무대위에 올라가서 올리브와 함께 춤을 추고 대회는 아수라장이 된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 식구들은 다시 고물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버스 위로 붉은 석양이 아름답다.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이 훌륭나다. 욕을 달고 사는 속물 할아버지의 ‘알란 아킨’은 웃기고 따뜻하다. 돗수높은 안경을 끼고 낙천적인 일곱살 올리브를 연기한 ‘애비게일 브레슬리’는 겨우 열살에 오스카 여우조연 후보에 올랐다. 후버네 가족들은 전부 흠집투성이다. 늘 넘어지고 걱정하고 화내고 싸운다. 그래도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방패이고 유일한  내 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