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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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횃불트리니티 총장 어시스턴트/횃불재단 DMIN 스태프)

성례는 거룩한 예식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가 있다. 세례와 성찬이다. 성례는 “은혜언약에 대한 거룩한 표요 인장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7장 1항). 언약에는 두 가지가 있다.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이다. 행위언약은 하나님이 인류 최초의 조상인 아담과 맺으신 언약이다. 선악과를 먹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을 주기로, 그렇지 않으면 영원한 형벌을 주기로 아담을 대표로 한 그의 후손과 언약을 맺으셨다. 이 언약은 단순히 과일을 먹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이다. 이것을 행위언약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담의 행위, 즉 선악과를 먹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행위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아담은 선악과를 먹음으로 이 행위언약의 약속대로 아담과 그의 모든 후손은 영 벌에 처했다. 이를 불쌍히 여기신 하나님은 인간의 행위가 아닌 은혜를 바탕으로 또 다른 언약을 맺으신다. 구세주 그리스도를 통해서 인간의 죄를 대신 갚게 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해 주기로 하셨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아직 행위언약 아래에 있는 사람과 은혜언약으로 이동한 사람이다. 행위언약 아래에 있는 사람은 아담과 맺었던 언약대로 영 벌을 받는다. 은혜언약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로 영생을 얻을 사람이다.

성례는 바로 이 은혜 언약에 대한 거룩한 표요 인장이다. 성례를 받음으로 인해 은혜언약 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성례를 받았기 때문에 자동으로 구원받지는 않는다. 성례는 표요 인장이다. 표라는 것은 어떤 것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다.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지팡이를 던졌다. 그러자 뱀이 되었다. 이것은 하나님이 모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리는 증거가 된다. 표라는 것은 본질을 상징하는 것이지 본질 그 자체는 아니다. 인장은 어떤 사실을 확증해 주는 기호다. 대학 졸업장에 찍힌 직인은 그 사람이 대학을 졸업했음을 확증해 준다. 직인이 졸업자를 유식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직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이미 유식하다. 직인은 그 사람이 유식함을 증명한다. 마찬가지로 성례 자체가 하나님이 주시는 구원의 은혜를 발생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점이 성례에 대한 개혁주의와 로마 가톨릭의 차이점이다.

성례의 목적은 총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성례는 그리스도와 그가 주시는 은혜를 나타낸다.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성례는 은혜의 표요, 인장이다. 둘째 성례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받는 유익을 확증한다. 그리스도와 복음을 불신자에게 선포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은 언어로 된 말씀이다. 하나님은 죄인이 회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례를 택하지 않고 언어로 된 말씀을 택했다. 그래서 전도의 미련한 것을 사용한다고 말씀한다. 성례는 말씀을 통하여 얻게 된 은혜를 부가적으로 확증한다. 셋째, 성례는 교회에 속한 사람과 세상에 속한 나머지 사람을 가시적으로 구별한다. 넷째, 성례는 성도가 하나님께 엄숙하게 예배드리도록 한다.

한편, 성례의 효력이 있다. 성례가 집행될 때, 성례를 통하여 나타나는 은혜는 성례 안에 있는 어떤 힘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성례 자체는 하나님 은혜의 본질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일종의 형식이다. 진짜는 성례 의식에 있지 않고 그것 안에 있는 성령의 역사다. 비슷하게 성경 말씀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생각, 하나님의 마음을 언어라는 형식을 통해서 전달하는 수단이 성경 말씀이다. 언어가 없어도 하나님 은혜의 본질은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아나 언어를 배우지 못한 성인이라 하더라도 하나님 구원의 은혜는 전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언어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성경 말씀도 본질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성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성례 안에 있는 어떤 힘 때문에 은혜의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또한 성례를 집행하는 자의 경건이나 의사에 좌우하지도 않는다. 이 두 가지 면이 로마가톨릭과 개혁주의의 차이점이다. 성례는 그것을 집행하는 자 보다는 성령의 사역과 그것을 받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서 효력이 발생한다. 성례를 집행하는 자가 아무리 경건하더라도 그것을 받는 사람이 경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성례를 아무나 집행해서는 안 된다. 비록 성례의 효력이 그것을 집행하는 자의 경건에 좌우되지 않더라도 그것을 집행하는 자는 합법적으로 안수를 받는 하나님 말씀 사역자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성례의 의미를 잘 아는 자가 집행해야 하나님의 뜻이 올바로 전달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