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야의 시험

1943

이상기 목사/선한 이웃 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법정의 판사앞에 선 신디 왓츠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습니다. 안타까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채 그녀는 준비한 원고를 살인죄로 체포되어 죄수복을 입고 앉아 있는 아들앞에서 흐느끼며 읽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콜로라도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 임신한 아내를 목졸라 죽이고, 각각 5살과 3살의 딸들마져 이불로 덮어 질식시켰던 비정한 남편이요 아버지였던 Chris Watts의 형(刑)을 확정하는 재판이 콜로라도 웰드 카운티 법정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차갑게 가라앉은 법정앞에서 어머니 씬디는 아들을 쳐다보며 여전히 “왜” 그같은 일이 벌어졌는 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이젠 살인자가 된 아들을 향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아들을 사랑함엔 변함이 없으며, 아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한다고 눈물썩인 말을 아들에게 남기고 있습니다. 며칠전 감옥에 갇힌 크리스 왓츠의 “고백”(murder confession)이 TV와 신문지면을 크게 장식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으로선 도저히 행할 수 없었던 자신의 끔찍한 범죄의 순간을 떠올리며, “그 날 누군가가 나를 컨트롤 하고 있었고, 나는 더이상 내 자신을 통제 하지도, 그것을 대항하여 싸울 힘도 없었다” (“It is like something else was controlling me that day. I had no control over, to fight back”) 고백하였습니다. 이미 짐승이 되어 사랑하는 아내의 목을 조르는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서 뗄 수도 없었고, 천사같은 어린 두 딸의 목숨을 질식시켜 오일 탱크안에 던져버린 자신의 행위는 더이상 정상적인 자기의 모습이 아니었노라고 말합니다. 한 인생에 찾아온 끔찍한 시험앞에서 자신의 영혼을 사탄에게 내어준 끔찍한 범죄자의 울부짖음을 듣는 듯 합니다.

우리 인생의 여정이란 혹독한 사탄의 시험을 겪어야했던 예수님처럼 크고 작은 인생의 시험을 겪게되는 광야의 여정입니다. 마태복음 4장엔 사탄의 시험을 이기신 예수님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십주야를 금식하며 기도한 예수님에게 사탄의 공격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광야의 널려진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는 유혹과 성전의 높은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나비처럼 사뿐히 날듯 ‘기적을 보이라’고 유혹합니다. 결국 사탄의 목적은 ‘자신만 경배’할 때, 만국의 권세를 손에 쥐어 준다는 시험이었습니다. 우리 영혼의 정수리에 꽈리를 틀고 앉아 멸망의 길로 유혹하려는 이같은 사탄의 시험을 어떻게 대적해야 할까요?  첫째는, 터널비젼(tunnel vision)에 갇혀 헛 것만 보는 착각(delusion)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술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떡으로 ‘만’ 살 것같은 착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떡”이 상징하는 것은 모든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유혹들입니다. 사탄은 우리를 좁고 왜곡된 시야에 갇혀살게 만듭니다. 승리하는 인생은 “떡”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시험앞에 승리한 두번째 말씀입니다: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치 말라.” 사탄에 선포한 예수님의 이같은 말씀은 엄격하고 단호합니다. 추호도 신뢰의 끊을 놓지 말라는 명령형(imperative)의 선언입니다. 의심의 시험이 찾아올 때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님은, “사탄아 물러가라. 주 너희 하나님만 경배하고 그만 섬기라” 시험앞에서 외치십니다.  하나님외에 어떤 섬김과 예배의 대상도 우리 인생속에 있어서는 아니되겠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곧게 서서 직립보행을 합니다. 우리의 영혼을 굴복시키고 복종케하는 어떤 시험으로부터도 곧게 일어서야 합니다. 하나님만이 예배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명성과 권세에 눈이멀어 사탄에게 우리의 영혼을 파는 일을 경계해야 합니다. 인생의 광야 시험속에서 “사탄아 물러가라!” 분명하고 또렷히 외쳐야할 때가 참으로 많이 있음을 경험합니다.

크리스 왓츠의 기사를 읽으며 우리의 인생에 시험을 가져다 주는 사탄의 정체가, 책속에 혹은 동화속에만 숨어있는 존재가 아닌, 우리의 현실속으로 뛰쳐나온 분명한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모든 이는 조금씩은 자신안에 천사와 악마를 함께 가지고 산다”(we all have a little angel and devil in us).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존엄성에도 불구하고 사탄의 유혹을 따라 죄악으로 치우치기 쉬운 인간의 죄된 경향성을 가리켜 하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사순절을 보내며 사도 바울의 성도의 정체성에 관한 말씀을 묵상합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예수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박았느니라.”(갈5:24) 우리의 영혼의 정수리에 올라타 하나님대신 자신을 섬기라고 시험하는 대적자를 향해 단호히 “사탄아 물러가라!” 외치시는 신앙의 삶되시길 바랍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