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생의 성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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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요르단의 느보산 정상에서 바라본 요단강과 서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이스라엘 땅의 모습은 참으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바로 이곳 정상에서 모세는 40년간의 광야생활의 여정을 끝마치고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바라보며 한없는 감동을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안탑깝게도 코앞에 보이는 그 땅을 놓아두고도 그는 자신이 인도하여 온 이스라엘백들과 함께 그 땅을 한발짝도 밟아보지도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그곳 요단강 동편의 알려지지 않은 어느 느보산 골짜기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혹자는 그의 삶을 평가하길 그가 결국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비극적 인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의 삶은 오히려 성공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값진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삶은 후세대를 위한 기초를 닦고 초석을 놓는 삶을 살았던 인물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는 느보산 정상에서 동서남북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그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목이 메이도록 감동하였을 것입니다. 성경의 기록엔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 모든 땅을 그에게 보여주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34:1,3) 그는 그 땅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살아갈 후세대의 축복과 번영을 맘속에 그려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은 바로 이곳까지 였음을 알았습니다. 비록 요단강을 건너 그의 백성들과 함께 그 땅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이곳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성공이란 우리가 심은 나무의 열매를 꼭 내가 딱먹어야 성취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인생의 성취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장차 후세대가 뛰어놀 축복의 땅을 바라보며 감사함으로 눈을 감을 수 있을 때라 말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108세의 나이로 사망한 클라라 윌리엄스라는 흑인 여성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뉴멕시코 주립대학의 최초의 흑인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녀는 당시 인종차별로 인해 강의실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강의를 들으며 노트하며 공부하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녀는 졸업장을 받아야할 강당에도 들어갈 수 없이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졸업후 밤낮없이 흑인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많은 해방된 노예들을 위해, 교육받지 못한 자신의 부모에게, 형제들에게, 그리고 커뮤니티를 위해 그녀의 가르치는 일은 끝이 없었습니다. 2005년 그녀가 졸업한 뉴멕시코 주립대학에서는 이 같은 그녀의 교육에 대한 노력과 헌신을 기념하여 그곳 대학의 영어학과 빌딩을 그녀의 이름을 따라서 “클라라 벨 윌리엄스 홀”이라 부르게 하였습니다. 힘없고 차별받던 한 연약한 여인의 인생이 다른 이들의 삶에 기초를 놓아주는 위대한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아름다운 인생의 성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120세를 살았던 모세의 생애에 대해 성경은 그의 특별한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같이 전해주고 있습니다.: “모세는 여호와께서 대면하여 (face to face)아시던 자요!” (신34:10) 그는 대면하듯 하나님과 평생을 가까이하며 동행하였던 인물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의 삶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간 이유였습니다.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며, 누구를 가까이하며 살아가는가에 따라 그의 삶의 내용과 질이 결정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과의 만남보다도 하나님을 가까이하며 동행하는 것처럼 소중한 것이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있게 하신 창조주요, 또한 그 인생을 인도하시는 목자(牧者) 이시기 때문입니다. 모세와 같이 가까이에서 하나님을 “대면하는 삶”을 살아가려면 용기와 믿음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은 이같이 하나님을 대면하려 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길 원한다고 기도는 하지만, 정작 듣고자 하지 않으며, 되도록이면 그 주님의 낯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죄중에 사는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들 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백성들도 하나님을 스스로 대면하려 하지않고 모세를 대신 떠밀어 주님께 나아가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였던 것입니다.(출20:19)

하나님을 대면하며 그와 가까이 동행했던 모세는 겸손과 용기 그리고 희생을 통해 함께 광야길을 걷는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까지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후세를 위한 축복과 번영을 위해 삶의 터전을 닦아주고, 자신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그의 삶속에서 진정한 인생의 성취를 배우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동행하는 복된 삶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