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히까리가오카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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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밤 11시 30분경 하네다 공항 출구를 빠져나왔습니다. 전날 아침 9시30분쯤(시카고 시간) 집에서 출발했으니 꼭 24시간만에 일본에 도착한 겁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K 집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먼 곳까지 심방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뛸듯이 기뻐하는 집사님의 환대에 여독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는데 6시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룸의 암막 커튼 치는 걸 잊어버려 창을 통해 밀려든 아침 햇살의 폭격에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일어난 김에 호텔 주변을 둘러보려 길을 나섰습니다. 마침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별한 거리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직장과 학교로 가는 모습입니다. 자전거 뒷부분에 큰 바구니를 달아 아기를 태우고 달려가는 여인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출근 전 아기를 맡기러 가는 직장맘들 같았습니다. 전철역 부근에서는 자전거 전용 주차를 위해 세워진 2층짜리 큰 건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운전할 때는 자전거 행렬을 조심해야 해요.” K 집사님으로부터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미세 먼지로 고생한다는 한국이 생각났습니다.

점심 식사 전 K 집사님이 망중한을 즐길 때마다 방문한다는 커피샵에 들렀습니다. 그동안 주님 도우심으로 아비가일 선교회를 조직하고 연합찬양집회를 열고 주일 모임을 시작한 간증을 듣는데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사역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집사님은 영적 거인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집사님의 눈물의 기도와 헌신을 보시고 사용하셔서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결과를 낳으셨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신비한 방법으로 두란노와 집사님을 연결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점심 식사는 아비가일 선교회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먼 곳에서 우리 교회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고 있고, 중요한 때엔 물질적 후원도 아끼지 않는 분들과의 첫만남이라 가슴이 설랬습니다. K 집사님이 가끔 SNS를 통해 소식을 보내주셔서인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K 집사님을 닮아 회원들 모두 온화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본이라는 영적 불모의 땅에서 꿋꿋하게 신앙 생활 하고 있는 회원들 한 분 한 분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교회에서 풍겨나는 풋풋한 영성이 K 집사님의 간증을 증거해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는 동안 점점 한 식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음 날 긴자에서 귀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매달 한 번씩 있는 아비가일 연합 예배의 찬양팀 리더들이었습니다. 반주를 맡고 있는 C 집사님은 동경에서 3시간 떨어진 치바에서 막 도착했다고 합니다. 연합예배를 위해 수요일에 버스를 타고 동경에 와서 이틀 밤을 K 집사님 집에서 숙식하면서 목요일에는 연습, 금요일에는 예배 드리고 그날 다시 치바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대단한 헌신입니다. 선교회에서 가장 연장자인 K 집사님은 찬양팀 리더였습니다. K 집사님은 하나님께 더 은혜로운 찬양을 드리기 위해 음악 학교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단한 열정입니다. 두 분 때문에 아비가일 찬양팀이 궁금해졌습니다.   

마지막 날 드디어 연합예배를 드렸습니다. 찬양이 시작되자마자 리더이신 K 집사님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찬양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갈구하는 팀원들과 함께 찬양하는 동안 내 영혼엔 은혜가 폭포수처럼 밀려들었습니다. “수백만의 가짜 신들이 싸우고 있는 이곳에서 참신이신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여러분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어떤 경우에도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께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계심과 하나님의 뜻은 항상 선하시다는 진리를 믿고 끝까지 신앙을 지켜가시길 바랍니다.”

일본 히까리가오카 지역에는 복음의 불꽃이 지금도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