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여자 에페, 코로나 딛고 금 같은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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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정(왼쪽부터),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가 27일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과 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월계관 모양 반지를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

 ‘숙적’ 중국 꺾고 결승행 에스토니아에 석패
지난해 3명 확진 위기 극복하고 은메달 성과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던 국가대표 선수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되는 사례를 남겼던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최초의 태극전사로 거듭났다.

상대는 또 에스토니아였다. 2016 리우올림픽 8강전 마지막 9라운드에서 에스토니아에 역전을 허용, 아쉬움을 삼켰던 막내 최인정(31·계룡시청)은 5년이 지난 2020 도쿄올림픽 결승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팀의 에이스로 다시 에스토니아를 마주했다. 이번에는 승리하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시간이 10초밖에 남지 않자 최인정은 불나방처럼 계속 상대 선수에게 몸을 던졌다. 초시계는 0으로 변했고 결국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강영미(35·광주시 서구청) 송세라(28·부산시청) 이혜인(26·강원도청)은 승리를 거머쥔 에스토니아 선수들보다도 먼저 피스트로 뛰어올라 최인정을 안았다. 강영미는 곧 울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최인정을 바라보며 달랬다.

대한민국 펜싱 여자 에페팀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은메달이었다. 여자 에페가 메달을 딴 것은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의 쾌거다.

에페팀은 개인전 탈락이라는 좌절을 딛고 똘똘 뭉쳐 지난 패배를 털어냈다. 조금만 더 집중하자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사흘 만에 단체전 준결승에서 ‘숙적’ 중국을 잡으며 반전을 만들었다.

에이스 최인정은 중국의 에이스 쑨이원과의 대결에서 공세를 몰아가 경기를 리드했고, 송세라는 특유의 가벼운 스텝으로 상대 선수의 혼을 빼놨다. 최인정은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결승 패배는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워만 하기엔 큰 성과였다. 최인정은 경기를 마친 뒤 “아무래도 리우 때 일이 신경 쓰였다. 언니, 동생들은 너무 잘해줬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강영미는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그러면서 “모든 신체 조건을 이겨내고 은메달이라는 성적을 낸 우리 팀원 모두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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