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생활고 등에 극단선택 잇달아

794

한인가족 살해 사건 일지

지난 3일 가디나 지역 한인 교회 전도사가 부인과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LA를 비롯한 전국에서 가족 살해 후 자살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한인사회애 충격과 경종을 울리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는 지난 2020년 10월 LA 한인타운에서 가정불화로 인한 총격 사건이 발생, 50대 처제를 살해한 후 권총 자살을 시도한 60대 형부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2018년 9월에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의 50대 한인 가장 김모씨가 집에서 일가족 모두에게 총을 쏴 40대 아내와 10대 아들 등 2명을 살해하고 딸 2명에게는 중상을 입힌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 가족 주변에서는 재혼한 김씨 부부가 1년 전부터 생활고로 인해 잦은 다툼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25마일 떨어진 락월 지역 와잇워터 레인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40대 한인 교수 이모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총을 쏴 자살했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이모씨와 아내 김모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경찰은 부부 몸에 모두 총상이 있는 점으로 미뤄 남편 이씨가 아내 김씨를 총격 살해한 뒤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나서 스스로 총을 쏴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남편 이씨는 한글로 된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아내가 자신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았으며, 시부모에게도 잘 하지 못했다는 등의 불만들 쏟아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팬데믹과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불안정한 심리가 가장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곳이 가족이나 지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일수록 단순한 살해, 자살 등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여파는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심적으로 가까운 가족에게 미칠 확률이 높다”면서 “특히 팬데믹과 같은 유례없는 상황에서 가족 소속감이 높고 독립적인 사고가 얕은 개인이 두려움에 우발적으로 가족에 대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인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들도 드물지 않게 발생해왔다. 최근에는 뉴욕 한인 밀집지인 퀸즈 플러싱의 한 주택에서 20대 한인 남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한인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달 24일 오후 2시께 뉴욕 퀸즈 지역 다세대 주택 3층에 거주하는 한인여성 조현숙(59)씨가 침실 바닥에 피범벅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가슴 부위 등 신체 여러 군데에 자상을 입은 조씨는 곧바로 뉴욕프레스비테리안 퀸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원 도착 후 사망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있던 한인남성 데니스 조(20)씨를 살해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는데, 조씨는 숨진 피해자의 외아들로 경찰은 침실에서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칼을 증거품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조씨는 사건 당시 함께 집안에 있던 아버지 조모(61)씨도 구타하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행을 가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아버지 조씨는 이 과정에서 손에 칼에 베이는 자상과 함께 목과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