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인상 러시, 기업 직원 잡기에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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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회복에 구인난이 심해지자 기업들이 기존 직원의 이직을 막고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해 경쟁적으로 급여 인상에 나섰다. [로이터]

사무직에 이어 요식 등 노동직까지 전방위적
물가 상승 원인 제공한다는 우려도 존재

미국 기업들의 급여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구인난이 전방위적으로 심화되자 미국 기업들이 직원 이탈 방지와 신규 직원 유치를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급여 인상 현상은 저임금의 블루칼러 노동자에서부터 월가 금융 기업의 화이트칼라 고임금 노동자에게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6월 구인 및 이직 현황에서 6월 구인 공고 건수가 1,010만건으로, 2000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역대 최대치라는 것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골라잡기가 더 쉬워졌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곧 미국 기업들이 제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구인난에 봉착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나타난 구인난 현상은 자연스레 직장인들의 급여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신규 직원의 채용을 용이하게 하고 기존 직원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내 직장인들이 지난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급여 상승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레저 및 접객서비스업종으로 2년 전에 비해 6.6%의 급여 상승이 있었다.

스타벅스의 경우 뉴욕 맨해튼 지역을 중심으로 이번 달 말까지 신규 지원하는 입사자들에게 200달러의 입사 지원금을 지급한다. 소매유통업체인 크로거는 올해 말까지 그로서리 마켓 직원들의 평균 시급을 21달러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저임금 직종의 급여 상승이 줄을 잇자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식당과 그로서리 마켓 노동자의 평균 시급이 사상 처음으로 15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시급이 15달러를 넘는 노동자의 비율도 2014년 60%에서 현재 80%로 크게 늘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급여 인상 현상은 월가의 대형 금융기업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들어 대형 금융기업들의 급여 인상 소식이 없이 지나간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급여 인상 러시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UBS, 모건스탠리 등은 신입 직원의 1년차 연봉을 10만달러로 인상했다. 에버코어나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더 많은 11만달러를 초임 연봉으로 재조정했다.

대형 금융기업들이 인상 전 초임 연봉이 8만5,000달러에서 9만5,000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급여가 상승한 것이다. 기존 직원들이 연봉 역시 초임 연봉 상승과 함께 동반 상승했다.

대형 금융기업들이 신입 직원들의 연봉을 인상한 것은 신규 채용 지원자들의 유인책인 동시에 기존 직원들이 타직장으로 이직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사실 퇴사를 통해 새 일자리로 이직을 한 경우 급여면에서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급여 인상률은 1년 전에 비해 1.5% 상승한 반면에 이직을 한 직장인들의 급여는 같은 기간 5.8%나 급등했다. 이직자 중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으로 이직한 직장인들의 급여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7%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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