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초대되지 않은 한인 1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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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영 기자

취재부

시카고총영사관이 개관 5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8일 저녁 시카고 다운타운 해리스극장에서 마련한 ‘코리아 페스티벌: 리듬 오브 코리아’ 공연은 1천여명의 관객이 모일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이날 전통 국악을 기반으로 퓨전 국악, 팝, 재즈 등을 다루는 에스닉 팝 그룹 ‘락’과 세계 최초로 비보이 5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비보이 브레이크댄스 세계 챔피언인 ‘진조 크루’가 무대에 올라 놀라운 수준의 공연을 선보여 관객들의 환호가 박수갈채와 이어졌다. 그런데, 한인 1세 관객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날 40% 가량을 차지한 한인 관객의 대부분은 20~40대 사이 젊은 층 한인 1.5~2세들이었다.

문득 ‘화합과 단결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한인 동포사회’를 바란다는 총영사관의 신년사 내용이 생각났다. 이런 훌륭한 공연을 한인 1세대 노년층까지 많이 봤더라면 동포사회 1~2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훨씬 멋진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석한 한인 관객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총영사관 페이스북, 중서부 한인행사를 소개해주는 페이스북 페이지, ‘일리노이200’ 웹사이트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웹사이트를 통해 공연정보를 접했다고 답했다. 한인 1세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젊은 층 한인들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뉴미디어 접촉이 훨씬 더 수월한 반면, 1세들은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기존 미디어에 더 의존해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본보가 과거에도 기사를 통해 지적했듯이 총영사관은 50주년 기념 각종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벌이면서도 동포사회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지 않았다. 대신 대부분 주류사회에서 무료로 홍보할 수 있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홍보나 광고에 치중했다. 이는 마치 정성껏 준비한 잔치에 한인 1세대는 초대하지 않겠다는 것 같아서 마음한켠이 씁쓸했고, 이번 공연에서 그 여파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공연내용은 한인 1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한국 전통 국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이는 무대가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이나 차지했다. 판소리 수궁가의 토끼에 대한 곡이었던 ‘Is that the Rabbit’,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가야하는 별주부의 마음을 코믹하게 담은 ‘Troubled’ 등과  에스닉 팝 그룹 ‘락’의 메인 보컬 이신애씨의 시원하고 구성진 목소리와 가야금, 해금, 피리 등 전통악기와 기타, 키보드, 드럼 등이 어우러져 한국 전통 음악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동서양 악기의 조합으로 신선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야말로 좋은 기회였다.

시카고총영사관의 개관 50주년 행사는 앞으로도 한복 패션쇼, 클래식 콘서트, 한식 소개, 한지 강좌, 총영사배 태권도대회, 한국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를 남겨두고 있다. 남은 행사들에 더 많은 한인들(특히 1세대)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홍보방안에 대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인 1세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참여를 바란다면 SNS나 웹사이트 등 뿐만 아니라 동포사회 미디어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남은 행사들에서 시카고 동포사회의 터전을 닦고 발전에 기여해온 1세대 한인들이 젊은 한인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