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 빈도·사용 기간·식습관’에 따라 나무, 물 1L+가정용 표백제 1~2mL
▶ 세척 후 물기 닦아 세워서 자연 건조
▶ 용도별로 다양한 재질 여러 개 사용
주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리도구가 도마다. 도마는 생고기와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를 손질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식품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서라도 적합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전문가들에게 도마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핵심 사항을 물었다.
■ 나무vs플라스틱…‘사용 빈도·식습관·사용 기간’ 등에 따라
나무는 다공성(미세한 구멍이 많은) 재질이다. 과거에는 식재료의 세균이 나무 도마 내부로 스며들어 남아 있다가 다음에 손질하는 음식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병원성 미생물은 나무의 미세한 틈 깊숙이 스며든 뒤, 표면의 수분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시간주립대 식품안전학과 웨이드 사이어스 교수는 나무 도마는 표면을 세척하고 살균하기가 플라스틱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식품 안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안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무 도마는 식기세척기에 넣어 세척하면 높은 열로 인해 뒤틀리거나 갈라질 수 있다. 따라서 뜨거운 비눗물로 도마의 앞뒤를 모두 손으로 꼼꼼히 문질러 세척해야 한다. 특히 생고기를 손질한 경우에는 표면에 남아 있는 병원균을 제거하기 위해 추가적인 살균 과정이 필요하다. 사이어스 교수는 표백제와 물을 섞어 표백제 농도 50~100ppm의 희석액을 만드는 방법을 권장했다. 이때 사용하는 표백제 종류에 따라 적절한 희석 비율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희석액을 분무기에 담아 도마 양면에 충분히 뿌리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다. 농도가 낮아 별도로 헹구지 않아도 되며, 용액이 도마 표면에 충분히 머물러 상대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병원균까지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방농무부’(USDA)는 가정용 표백제 1~2mL(약 몇 방울)를 물 1리터에 희석해 도마 표면에 부은 뒤 몇 분간 그대로 두었다가, 남아 있는 표백제를 깨끗이 씻어내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 세척 후 물기 닦아 세워서 자연 건조
어느 방법을 사용하든 나무 도마는 세척 후 물기를 닦아낸 뒤 세워서 완전히 자연 건조한 후 보관하는 것이 좋다. 표면에 수분이 남아 있지 않으면 남아 있는 미생물도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 나무 도마는 시간이 지나면서 적절한 관리도 필요하다. 식품용 미네랄 오일을 발라 표면을 보호하고, 나무 결이 일어나 거칠어진 부분은 사포로 다듬어 주는 등 주기적인 손질이 권장된다.
반면 플라스틱 도마는 식기세척기에 넣어 세척하면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도마는 나무 도마보다 칼집이 깊게 생기기 쉽고, 칼집 틈새에서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비다공성 재질이어서 액체가 표면에 고인 채 나무보다 천천히 증발하는 것도 미생물이 살아남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반면 나무는 수분을 흡수해 넓게 퍼뜨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마른다. 따라서 주방 위생을 유지하려면 플라스틱 도마는 나무 도마보다 더 자주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플라스틱… ‘심한 마모·칼자국’ 즉시 교체
플라스틱 도마를 사용할 때 가장 큰 우려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식재료를 썰고 다지는 과정에서 도마 표면의 아주 작은 조각이 떨어져 음식에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식품 포장재, 조리 도구, 초가공식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방 환경에 존재한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 체내 조직에 축적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점차 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플라스틱 도마가 음식에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3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플라스틱 도마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경우 사람이 섭취하는 식품 속 미세플라스틱의 상당한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플라스틱 도마에 포함된 색소나 유연제 같은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도 또 다른 우려 요인이다. 이 같은 화학물질이 섭취된 뒤 장내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발표된 한 생쥐 실험 연구에서는 플라스틱 도마에서 나온 물질이 장내 미생물(소화기관 내 미생물 공동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사 연구는 아직 없다. 그러나 플라스틱 도마 사용 빈도와 식습관, 도마의 사용 기간 등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표면이 심하게 마모되고 칼자국이 많은 도마일수록 음식에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 용도별로 다양한 재질 여러 개 사용
플라스틱 도마와 나무 도마 모두 위생적이지만 평소 충분히 세척해야 하고, 눈에 띄게 마모됐을 때는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관리 습관이 필수다. 나무와 플라스틱 도마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 사용 중인 도마가 양호한 상태라면 단순히 재질만으로 결정할 필요는 없다.
플라스틱과 나무 도마는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도마가 더 저렴하다. 이 밖에도 시중에 다양한 재질의 도마가 나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다르다. 돌, 금속, 유리 도마는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이 없고 세균이 쉽게 스며드는 칼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제품은 식기세척기 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재질은 칼날을 쉽게 무디게 만들 수 있고, 식재료를 손질할 때 표면이 미끄러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유리와 돌 도마는 무게가 무겁고, 떨어뜨릴 경우 깨질 위험도 있다. 금속 도마는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도마는 주로 칼을 사용하지 않는 반죽 작업 등과 같은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가능하다면 도마를 여러 개 마련해 용도별로 구분하는 것도 권장된다. 예를 들어, 생고기용 도마와 과일·채소용 도마를 따로 사용하면 교차 오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교차 오염은 주로 고기에 있던 병원균이 날것으로 먹거나 충분히 높은 온도로 조리되지 않은 채소 등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생고기를 손질할 때에는 식기세척기로 쉽게 세균을 제거할 수 있는 플라스틱 도마를 사용하고, 그 외의 용도에는 나무 도마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