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코로나 확진 10만명 늘어···“세계가 닫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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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이탈리아 군인들이 21일 시칠리아 동부 카타니아에서 시민들의 이동제한 위반 사례를 단속하고 있다.[연합]

사망자도 1만명 훌쩍 넘어···이탈리아는 하루 새 793명 급증
미국 ‘자택대피’ 5개주로 확대···이동제한 조치 중남미로 확산

“세계가 닫히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멈춰서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세계 전역의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시민들의 이동 제한은 물론 공장 가동까지 멈추는 나라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체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코로나19 발생 현황(한국시간 22일 오후 4시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 수는 총 30만7,280명에 이른다.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20만명 이상이라고 밝힌 지 나흘만에 무려 10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사망자도 1만3,049명으로 1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파른 확산세의 중심에는 이탈리아와 미국이 있다.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가 5만3,578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하루 새 신규 사망자만 793명에 달했다. 미국은 확진자가 하루 새 6,000명 넘게 늘어 2만6,747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캘리포니아주(州)가 가장 먼저 시행한 ‘자택 대피 명령’이 5개 주로 확대됐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ㆍ뉴욕ㆍ일리노이ㆍ코네티컷주에 이어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미 CNN방송이 이날 전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주민 900만명에게 적용돼 기념일 등 모든 모임이 금지되고 모든 비(非)필수 소매 영업점은 문을 닫게 됐다. 5개 주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8,000만명을 넘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인 4명 중 1명이 자택 격리 또는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과 함께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이 거의 예외 없이 취한 이동 제한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 각국의 표준이 되는 듯한 양상이다. 중남미만 해도 아르헨티나가 31일까지 외출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엘살바도르는 향후 30일간 통행금지령을 발표했고, 볼리비아는 22일부터 14일간 전 국민 격리 조치와 함께 5월 3일로 예정된 대선과 총선을 무기한 연기했다. 쿠웨이트도 매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한다. AFP통신은 “전 세계 인구 10억명이 자택에 격리된 상태”라고 했다.

전 세계 공장들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GM) 폴크스바겐 BMW 르노 등 미국과 유럽의 대다수 글로벌 업체가 공장 가동을 멈췄거나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까지도 동참을 거부하던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결국 손을 들었다. 전 세계 항공산업이 얼어붙은 가운데 미국 최대 제조업체 보잉은 이미 거래은행 대출 한도를 소진함에 따라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에 600억달러(약 74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까지 요청한 상태다.

이미 지난 10일 이동 제한 명령으로 일부 사업장이 폐쇄된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아예 전국의 모든 공장을 폐쇄키로 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21일 페이스북 영상에서 “이탈리아는 지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국가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일부 사업을 제외한 모든 생산 시설을 내달 3일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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