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정치·정책 활동에 참여하는 비영리단체로 흘러간 해외자금이 50억달러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투명성 옹호단체 ‘아메리칸스 포 퍼블릭 트러스트’는 31일 해외 기부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검색형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미국의 면세 비영리단체 523곳과 해외 기부 관련 기록 1만2,090건이 수록됐다. 일부 기록은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최근 선거 기간에 이뤄진 기부도 포함됐다.
현행법상 상당수 비영리단체는 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 같은 비공개 제도는 1969년 세제개혁법에서 비롯됐으며, 기부자의 사생활과 결사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단체는 이 제도가 해외자금이 미국의 정책 논의와 정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케이틀린 서덜랜드 대표는 해외자금이 유권자 투표 독려 활동과 주민투표 운동, 시위, 공공정책 관련 캠페인 등에 사용될 수 있다며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방 하원 세입위원장인 공화당 제이슨 스미스 의원도 면세 지위는 권리가 아닌 특혜라며, 비영리단체가 외국의 선전이나 선거 개입, 미국 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는 해외자금이 유령기금이나 중간기관을 거쳐 실제 출처를 감춘 채 미국 비영리단체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자료가 관련 법의 허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의회에서는 비영리단체의 해외자금 수령과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조사에 의하면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단체들이 범죄 혐의로 법무부 조사를 받거나 기소 대상이 됐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불법 행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부자 정보 공개 확대에 반대하는 측은 정치적 견해나 후원 활동이 공개될 경우 기부자가 괴롭힘이나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미국입법교류협의회는 기부자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아메리칸스 포 퍼블릭 트러스트는 해외 자선단체의 공시 기준이 국가마다 다르고 유럽에도 해외 기부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등록제도가 없어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데이터베이스는 해외 단체의 연례보고서와 보조금 자료 등을 종합해 구축됐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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