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킹스 등 대규모 후원… 예측시장 경쟁 속 규제·입법 영향력 확대 노려
미국 온라인 스포츠베팅 업계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쏟아부은 자금이 7,2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온라인 예측시장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드래프트킹스(DraftKings), 펜듀얼(FanDuel) 등 주요 온라인 스포츠베팅 업체들은 현재까지 최소 7,200만 달러를 중간선거 관련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
최근 칼시(Kalshi), 폴리마켓(Polymarket) 등 예측시장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도박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도 이들 시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기존 스포츠베팅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익감시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스포츠베팅 업계가 현재 암호화폐와 정보기술업계에 이어 미국 중간선거에서 세 번째로 많은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기업군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들 업체는 ‘윈 포 아메리카(Win for America)’라는 슈퍼 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를 통해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슈퍼 PAC는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무제한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으며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데도 지출 한도가 없지만, 후보 선거캠프와 직접 공조하거나 후보에게 직접 기부하는 것은 금지된다.
퍼블릭 시티즌의 릭 클레이풀 연구국장은 “윈 포 아메리카는 또 하나의 거대한 기업 정치자금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인공지능과 암호화폐 업계가 중간선거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은 이미 일부 주(州) 선거에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조지아주에서는 스포츠 도박 합법화 법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윈 포 아메리카가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두 개의 산하 PAC를 통해 1,2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이렇게 지원을 받은 후보 34명 가운데 32명이 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온라인 스포츠베팅 업체에 대한 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법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업계는 관련 선거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연방 선거자금 기록에 따르면 업계는 올해 1분기까지 윈 포 아메리카에 4,300만 달러를 기부했고, 2분기에 다시 2,900만 달러를 추가 후원했다.
다만 연방 자료에는 주(州) 선거나 기부자 공개 의무가 없는 비영리단체(일명 ‘다크머니’ 단체)에 대한 후원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정치자금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별로는 드래프트킹스가 최소 3,400만 달러를 기부해 가장 많았으며, 팬듀얼이 2,7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영국계 베팅업체 베트365(bet365)와 패너틱스(Fanatics)는 각각 550만 달러를 후원했다.
드래프트킹스는 이 밖에도 다른 정치위원회에 최소 100만 달러를 추가 기부했으며, 팬듀얼 역시 별도로 20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드래프트킹스와 펜듀얼, 패너틱스, 베트MGM은 지난 2021년 스포츠베팅연합을 결성해 연방 의회와 각 주 의회를 상대로 온라인 스포츠베팅 합법화와 관련한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만 베트MGM은 이번 슈퍼 PAC 후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201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스포츠도박 금지법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후 현재 39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베팅이 합법화됐으며, 이 가운데 33개 주는 온라인 스포츠베팅도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의 로비 활동도 크게 늘고 있다. 정치자금 감시단체 오픈시크릿(OpenSecrets)에 따르면 팬듀얼의 지난해 연방 로비 지출은 약 110만 달러로 2024년보다 7배 증가했으며, 드래프트킹스도 약 90만 달러를 지출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이점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