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 ‘폭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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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4차 TV토론에서 후보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툴시 개버드, 탐 스테이어, 코리 부커, 카말라 해리스, 버니 샌더스, 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런, 피트 부티지지, 앤드루 양 후보.[AP]

경합주 오하이오서 4차 TV토론

바이든에 쏠렸던 공세 워런으로 옮겨가
“확실한 1등 없는 혼전의 새 레이스 시작”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20년 미국 대선 레이스가 대혼전으로 빠져들었다. 공화당과 민주당 주요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비교적 일찍 자리 잡았던 2016년 대선전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의 확실한 ‘1위 후보’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새로운 경선 국면의 도래”라고 지난 15일 오하이오주 웨스터빌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 경선 4차 토론회를 표현했다. 혼전의 개시. 누구도 1등이라 쉽게 말할 수 없는 새로운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의 4차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선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에 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됐다.
이날 TV토론 이후 워런 의원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검증의 칼날을 막아냈다는 평가와 핵심공약인 의료보험 문제에서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추진이 시작된 이후 이뤄진 첫 TV토론이라 최근 시리아 내 미군 철수 결정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도 후보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토론에서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후보들은 워런 의원이 주요 공약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점을 비판했다. 워런 의원의 핵심 공약인 전 국민 의료보험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시행할 경우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왜 언급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워런 의원은 기업과 부유층의 부담을 늘려 중산층이 치르게 될 비용이 결국 낮아질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중산층 가족의 부담을 낮추지 않는 법안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확장하는 수준의 상대적으로 온건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에게는 금전적 여유가 되는 이들만을 위한 의료보험이냐고 꼬집는 모습을 보였다. 또 “큰 문제의 가장자리를 야금야금 뜯어먹는 모호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역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부티지지 시장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답변 없이 얼버무리기만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토론이 끝난 후 워싱턴포스트는 워런 의원이 이제 선두주자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라고 평했고 NBC방송은 “집중공세에도 워런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고 비난을 무사히 헤쳐나갔으며 대체로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CNN은 “선두주자가 된 것을 축하하지만 워런 의원은 의료보험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은 탄핵조사 대상이 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해선 예외 없이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면서 의회가 탄핵 조사를 밀고 나가지 않는다면 직무 태만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런 의원은 “탄핵은 이 사내가 법을 거듭 어기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행태가 허락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할 방법”이라고 강조했고, 시리아 철군에 대해선 “난 중동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중동에 군인을 주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는 바르고 영리한 방식으로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내 아들은 잘못한 게 없다, 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며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그의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2016년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퇴진을 압박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 자신의 아들을 옹호하면서도 당초 아들이 어떻게 해당 회사의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TV토론에 나선 다른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헌터의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공격을 삼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3차 TV토론까지만 해도 다른 후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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