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라 놀리고 마스크 쓰라니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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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에서 한인 점원이 흑인 고객에게 인종차별 폭행을 당하는 모습.

긴급진단 / 아시안 인종차별 더 이상 안된다
코로나사태 이후 전국서 한인들 줄피해
백인은 물론 흑인등 소수계 공격 두드러져

“일요일 늦은 아침 리버사이드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있었는데, 20대 초반 백인 남성이 나를 향해 달려와 마스크가 어디 있냐며 욕을 하고 뛰어가 충격을 받았다”

“40대 후반 백인 여성이 차를 타고 나를 향해 오더니 ‘중국 바이러스’라고 소리를 지르며 빈 음료수 캔을 던졌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내 아시아계가 겪고 있는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 피해 사례들을 모아놓은 사이트에 한인들이 올린 피해 증언들이다.

최근 미 동부 지역에서 한인들이 백인과 흑인 등에게 코로나19 관련 인종차별에 폭행까지 당하는 충격적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본보 18·19일자 보도) 이처럼 폭력까지 가지 않더라도 명백한 인종차별적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행태들이 일상생활에서 한인들을 향해서도 부지기수로 이뤄지고 있음을 이같은 증언들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미국내 뿌리 깊은 아시안 대상 인종차별과 편견의 화살이 한인들게도 예외 없이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내 아시아계 대상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 사건들을 접수하고 통계를 내온 아시안 권익단체인 ‘아시아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13일 기준 미 전역 아시아계 미국인 차별 사건은 1,900여 건이 신고됐으며, 인종별로 중국계 41.1%에 이어 한인이 전체의 16.7%를 차지,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A3PCON의 신고 사이트에 접수된 한인들의 피해 사례는 매우 구체적이다. 한 한인은 “여행하는 동안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청소년 그룹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에워싸고 내 얼굴을 향해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멈추지 않으면 폰으로 녹음하겠다고 응대했다. 그들 중 한 명이 내 폰을 빼앗아 깨질 정도로 땅바닥에 내던졌다. 이후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 소년들은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적었다.

또 다른 젊은 한인 2세는 “어머니와 매장에서 샤핑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흑인 두 명이 지나가며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과 마주쳤을 때 그들은 내가 말하는 영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웃기 시작했다”며 “내 영어에는 전혀 악센트가 없다. 멤피스에서 백인들이 나를 피하고 거리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흑인들은 말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종종 언론에서 아시안들을 더 큰 소수계 그룹으로 묘사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다른 소수계 민족들이 오히려 아시안에게 적대적”이라며 아시안 대상 편견과 차별 의식이 백인들 뿐 아니라 다른 소수계들에게도 박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3PCON의 보고서는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무분별하고 공격적인 인종차별의 원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인 의도와 뿌리 깊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를 배경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들도 개인은 물론 커뮤니티 차원에서 이같은 인종차별과 편견에 대해 소극적으로 넘어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제리 강 UCLA 법대 교수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인종차별을 당하고 심지어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정부 기관 뿐만 아니라 지역 비영리단체에 피해 사실을 주저하지 말고 보고해야 한다”며 “아시아계 주민은 그들이 선출한 지역의 정치인들에게도 피해 사실을 보고해 심각성을 알리고, 정치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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