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이 10%···소매업계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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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체 베스트바이 매장의 반품 코너 직원이 고객의 반품 처리를 하고 있다.[AP]

온라인 트렌드 영향
쉽게 주문 쉽게 리턴

한인 여성 H(31)씨는 옷은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같은 디자인의 옷을 가급적 여러 벌 주문을 한다. 그래서 한 번 주문하면 600달러 가까이 지출하는 게 다반사다. H씨가 한 번에 여러 벌을 주문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입어 보고 가장 몸에 잘 맞는 옷을 한 벌 고르고 나머지는 반품을 한다. H씨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옷을 다시 반품하는 게 불편하지 않다”며 “반품한다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반품도 정비례해 늘고 있어 미 소매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품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에 이익마저 감소하자 소매업계가 반품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데이터 분석 회사 ‘애프리스 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미 소매업계가 떠안은 반품 규모는 3,690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10%에 달한다. 2015년 2,600억달러의 반품 규모가 4년 만에 1,000억달러 이상 늘어난 셈이다.
특히 연말 샤핑 시즌에는 반품이 급증하면서 배송 관련 업계까지 ‘호황’이다. 물류 운송업체 UPS의 경우 연말 기간 중 매일 100만개 달하는 반품 관련 물품을 취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송비 무료에 반품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반품이 증가하면서 소매업계는 반품 처리에 따른 비용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 판매업체는 매출 증가와 정비례해 반품도 늘어 많이 팔고도 이익이 나지 않는 현상에 직면해 있다. 반품 보관도 소매업계에게는 문젯거리다. 보관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창고를 임대해 운영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매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어반 아웃피터스’는 반품 반송비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패스트패션 브랜드 ‘패션 노바’는 반품시 현금 환불 대신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류 소매업체 ‘아베크롬비앤피치’는 내년부터 영수증과 같은 증빙 자료가 없는 경우 반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상습적으로 반품을 일삼는 소위 ‘워드로빙’(wardrobing)을 가려내기 위해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려는 소매업체가 있는가 하면 코스코, 홈디포, 타겟 등은 고객의 반품 패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악성 반품 고객을 가려내고 있다. 일부 소매업체들은 판매점 방문 반품만 허용하기도 한다. 반품도 줄이면서 매장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반품은 고객의 고유 권리라는 소비 행태가 변하지 않는 한 미국 소매업계의 반품과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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