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와 재정설계] “윤씨의 노년은 급격히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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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송 재정전문가

RETIRING AMERICA FINANCIAL 대표

 

벌써 연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이렇게 모든 것이 정리되어야 하는 이 시기에, 가족들을 비롯해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지난 한 해 동안 서로를 지지해주고, 함께 버텨 주었기에 힘겨운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지난 주말에 본국지에서 읽은 한 기사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먹먹하다. 모두에게 알려진 쟈니 윤씨에 대한 기사 때문이다.

쟈니 윤은1960-70년대 미국의 유명 TV토크쇼인 ‘쟈니 카슨쇼’의 단골 게스트로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이후 1980년대엔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TV쇼인 ‘쟈니윤 쇼’를 진행 해 많은 사람을 웃기고 울리며 명실상부한 한국의 간판 토크쇼 진행자로 자리매김했다. 3년 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한국관광공사의 상임감사를 맡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작년 4월 뇌출혈 진단을 받고, 그 이후 치매까지 걸리게 되었다. 60년대에 결혼했던 18년 연하의 부인도 그의 곁을 떠났고, 화려하고 커다란 저택도 누군가에 의해 팔렸다. 그는 지금 LA 북동부의 작은 마을에 있는 양로원에서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를 취재한 기자는 이렇게 기사를 마감했다. “윤씨의노년은 급격히 기울었다.”

기사로 본 그의 소식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백발이 성성한 그의 모습이다. ‘자니 윤 쇼’라는 말에만 희미한 미소를 보이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 시대를 주름잡던 그의 말년이 이렇게 비참하게 무너지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LA에 성과 같은 집을 소유했었다. 그 집에서 아름다운 아내와의 금실을 자랑하며 많은 방송에도 그의 삶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백세시대를 사는 우리의 소망은 나이가 들어도 디그니티(Dignity,존귀함)를 잃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은퇴를 해도 스스로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력과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건강 말이다. 재력과 건강을 잃으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하는 그 존귀함 조차 유지하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재정상담과 설계는 정말로 꼭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모두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요, 훗날에는 지금처럼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설계는 투자상담이나 투자계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인들의 가지고 있는 재정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스스로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현재의 수입이 어떠하든지 간에, 본인의 은퇴시기를 예상하여 적절한 대비를 해야만 한다. 은퇴를 하면, 그 이후의 삶에 필요한 수입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미리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미국은 은퇴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은퇴 이후의 삶을 나라와 정부에 온전히 의존하는 것은 매우 소극적인 방법이다. 정부의 보조는 수입이 없는 극빈자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잘 알려진 대로 이 나라의 사회보장펀드는 점점 그 액수가 줄어들고 있다. 일 예로 20여년 전에 65세 은퇴자에게 지급되었던 소셜연금은 평균 $1,200-$1,500 이었다. 현재는 그것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재정설계는 아주 방법이 많다. 본인이 현재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또 이미 은퇴한 상태라 한다면, 자녀들을 통해 일정기간 동안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다. 재정상담과 설계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한 나이 든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재정설계의 최대의 수혜자들은 아주 나이 어린 우리의 자녀들이다. 저 유태인들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대대로 부를 소유하고, 누렸으며, 또한 다음세대에 물려주었던 것이다.

우리의 노년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궁핍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자녀 손들이나 젊은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버팀목과 같은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847-660-8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