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대기업 비자가 자사 결제망을 챗GPT에 연동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비자는 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자 결제 포럼에서 이 같은 협업을 발표했다. 비자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식료품, 항공권, 기저귀 등 일상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대신 구매하도록 맡기는 데 점차 익숙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동으로 챗GPT는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의 승인과 설정에 따라 비자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판매처에서 직접 구매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과거 비자의 유사 시도는 특정 소매업체나 제한된 가맹점에 국한됐지만, 이번 협업은 훨씬 더 넓은 결제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오픈AI가 전자상거래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픈AI는 지난해 말 챗GPT가 인터넷에서 특정 상품을 찾아주는 ‘인스턴트 체크아웃’ 기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오류가 잦았고, 오픈AI가 가맹점에 부과한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이 기능은 지난 3월 종료됐다.
비자와의 협업은 이전 시도와 다른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용자가 자신의 비자카드를 챗GPT에 연결하면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쇼핑과 결제를 진행할 수 있고, 가맹점도 AI 에이전트가 시작한 거래를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비자는 소비자 보호와 사기 방지를 위해 지출 한도, 구매 전 승인 절차, 승인된 가맹점 설정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비자 인텔리전트 커머스를 통해 전체 토큰 체계와 데이터 수집 과정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매업체들은 AI 기반 쇼핑 도우미를 도입해 상품을 추천하고 소비자 경험을 개인화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사례로는 아마존의 알렉사가 있었지만, 알렉사는 아마존 안에서만 쇼핑이 가능했다. 오픈AI의 인스턴트 체크아웃도 일부 가맹점에 한정됐다.
비자의 최대 경쟁사인 마스터카드도 자체 결제망에 AI 쇼핑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기업이 AI 에이전트에게 서비스 구매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커피숍이 새 매장 홍보 캠페인을 시작하려 할 때, AI 에이전트가 웹 서비스나 광고 업체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자는 사람들이 AI 에이전트에게 쇼핑을 완전히 맡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거래에서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소비자가 최종 구매를 승인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비자는 보고 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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