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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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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한 잔의 힘”… 심장 건강 지키는 ‘질산염 식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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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국일보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혈압 낮추고 혈관 확장…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
▶ 비트·잎채소 속 질산염, 체내서 ‘산화질소’ 전환
▶ “하루 비트 4개 또는 주스 500ml” 섭취 권고돼

비트, 정말 심장에 좋을까? 과학자들은 비트와 기타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가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에 따르면 매일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면 만성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비트는 특히 심혈관 건강을 강화하는 데 있어 독특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연구에서 비트가 혈압을 낮추고 혈류를 증가시키며 동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비트 주스를 마시면 지구력이 향상되어 운동 능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는 상당 부분 비트가 자연적으로 질산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질산염은 체내에서 강력한 혈관 확장제인 산화질소로 전환되며, 혈관을 이완시키고 넓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트는 식이섬유, 비타민 및 염증을 줄이고 대사 건강을 촉진하는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만약 비트를 먹기 어렵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연적으로 질산염이 풍부한 다른 채소로는 무, 대황, 그리고 시금치, 근대, 버터헤드 상추, 바질, 루콜라와 같은 잎채소가 있다. 다만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와 심장 건강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비트에 집중되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비트 주스의 상업적 공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비트 주스는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질산염을 제거한 ‘플라시보’ 버전도 존재한다. 이 덕분에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실제 비트 주스 또는 질산염이 제거된 플라시보 주스를 제공하면서도 어느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하는 이중맹검 연구를 쉽게 수행할 수 있다.

기업들도 비트 분말, 젤리, 캡슐, 농축 비트 주스 ‘샷’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편리할 뿐 아니라 비트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먹기 쉬운 대안이 될 수 있다. 2018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비트 주스를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스포츠 식품으로 인정했으며, 이는 러너와 사이클 선수 등 지구력 운동 선수들 사이에서 비트 주스와 보충제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다음은 비트와 기타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의 건강상 이점과 이를 식단에 쉽게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 비트의 의 효과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비트와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가 심장 건강에 특히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80~90년대 대규모 연구와 임상시험에서는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단이 혈압을 낮추고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효과가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 때문이라고 추정했지만, 이 가설은 곧 힘을 잃었다.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고용량 항산화 보충제를 투여했을 때 심장마비와 뇌졸중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부 경우에는 오히려 사망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과학자들은 질산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질산염 함량이 높은 녹색 잎채소가 심장질환 예방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학술지 ‘하이퍼텐션’에 발표된 대표적 연구에서 영국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들을 모집해 500밀리리터의 비트 주스를 마시게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주스를 마시기 한 시간 전부터 시작해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하고 혈액 샘플도 자주 채취했다.

비트 주스를 마시면 입안의 박테리아가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전환하고 이는 다시 산화질소로 변환된다. 연구 결과 비트 주스를 마신 약 3시간 후 참가자들의 혈압이 상당히 낮아졌으며, 혈압 감소 폭은 혈액 내 아질산염 농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참가자들의 수축기 혈압(혈압 수치 중 위의 숫자)은 최대 10.4mmHg까지, 이완기 혈압(아래 숫자)은 최대 8mmHg까지 감소했다.

연구진은 또한 비트 주스가 혈액 응고를 방지하고 혈관 내벽을 보호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2024년에는 식이 질산염이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113건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가 발표됐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비트 주스를 섭취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비트, 시금치, 상추, 비트 보충제 등이 사용됐다. 연구진은 비트와 기타 식품에 포함된 질산염이 혈압을 낮추고 동맥 경직을 줄이며 혈관 건강을 개선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트 주스가 주로 러너와 사이클 선수 등 지구력 운동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소 요구량을 줄여 더 오래 운동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 주의할 점도 있다

다만 몇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많은 식품 제조업체는 베이컨, 소시지, 핫도그, 델리육 등 가공육에 질산염과 아질산염을 첨가하는데, 이는 방부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가공육의 질산염과 아질산염이 암 발생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질산염과 아질산염은 육류에서 섭취하느냐 채소에서 섭취하느냐에 따라 체내에서 다르게 작용한다. 육류에 첨가된 질산염과 아질산염은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 가능 물질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체내뿐 아니라 고온에서 조리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과일과 채소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비타민 C, 비타민 E, 다양한 폴리페놀 등은 이러한 전환을 억제한다. 따라서 질산염은 섭취 방식에 따라 유익할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

영국 뉴캐슬대의 인간 영양 및 노화 연구자이자 식이 질산염 전문가인 올리버 M. 섀넌은 “식물에서 질산염을 섭취하면 항산화물질과 폴리페놀이 질산염이 아질산염, 그리고 산화질소로 전환되는 경로를 촉진한다”며 “그러나 육류에서는 이러한 물질이 없어 일부 질산염과 아질산염이 니트로사민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사람이 동일한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비트 주스를 마신 후 혈압이 낮아지는 ‘반응자’인 반면, 같은 양을 섭취해도 거의 변화가 없는 ‘비반응자’도 존재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비반응자가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전환하는 구강 내 박테리아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제시한다. 항균 구강청결제 사용이 이러한 박테리아를 제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하루 비트 4개, 의사를 멀리할 수도

고혈압이나 기타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인 경우 비트나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 또는 보충제를 대량 섭취하기 전에는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물과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 건강한 성인의 경우 혈압과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려면 하루에 비트 4개, 큰 그릇의 녹색 잎채소 샐러드 또는 500밀리리터의 비트 주스를 섭취해야 한다고 섀넌은 설명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70밀리리터 용량의 농축 비트 주스 ‘샷’을 섭취하는 것이 있으며, 이는 비트 4개 또는 500밀리리터 비트 주스와 유사한 양의 질산염을 제공한다.

비트, 루콜라 등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는 다양한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다음은 이를 식단에 활용하는 몇 가지 방법이다.

▲비트를 바삭하게 조리하라: 바삭한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바삭한 비트를 먹어본 적은 있는가? 없다면 마늘, 파, 고추를 곁들인 바삭한 비트 요리를 시도해볼 만하다. 매콤함과 비트의 단맛이 어우러져 강렬한 풍미를 낸다.

▲다양하게 섞어보라: 비트의 자연스러운 단맛은 카레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비트, 토마토, 코코넛 카레는 채소와 향신료가 풍부하게 어우러진 요리다.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하라: 비트를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오븐에 굽는 것이지만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하는 것도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트와 루콜라 샐러드에 향신 요거트를 곁들인 요리는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식사가 될 수 있다.

▲잎채소를 볶아라: 시금치, 근대, 케일 등은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다. 올리브오일, 마늘, 고춧가루와 함께 볶으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피자나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파스타와 함께 활용하라: 루콜라는 샐러드뿐 아니라 파스타에도 잘 어울린다. 특유의 향과 질감이 피스타치오, 파르메산 치즈와 어우러져 페스토 같은 소스를 만들 수 있다.

<By Anahad O’Conn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