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냐 생계냐···지구촌 ‘위험한 실험’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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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규제조치를 두 달 만에 완화, 상점들의 영업을 허용함에 따라 지난 9일 수도 빈의 시민들이 시내에 몰려나와 샤핑을 즐기고 있다.[연합]

중국·독일 등 이동제한 완화하자
곳곳서 집단감염 재발에 바짝 긴장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행착오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이 보건과 경제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이룰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경제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고위험도 실험’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당장 독일ㆍ한국ㆍ중국을 두고는 ‘예방의 역설’이 거론된다. 독일 감염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는 10일 영국 가디언에 “독일 정부는 광범위한 진단으로 초기 확산을 막았지만 이젠 정부의 과잉대응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일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정치ㆍ경제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외신들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에 대해서도 “방역을 잘해 온 한국마저 방역을 완화하면서 경제 재개와 바이러스 차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최근 최근 공공생활 제한 조치를 완화한 뒤 도축장과 양로원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지난 6일 0.65까지 떨어졌던 코로나19 재생산지수가 이날은 1.1로 나타났다. 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이 타인에게 얼마나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1을 넘으면 감염자 증가를 의미한다. 실제 독일에선 상점이나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상의 ‘코로나 종식 선언’을 준비 중인 중국에서도 9~10일 연 이틀 신규 확진자가 다시 두 자릿수로 늘었다. 한국도 지난 6일 일상 복귀 선언 후 집단감염이 현실화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43곳에서 부분적인 경제활동 재개가 시작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개 드라이브를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 여전히 생존과 생계 사이의 딜레마가 크다. 특히 연방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경제 재개에 시동을 건 지역에서 공중보건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메릴랜드대 연구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지난달 27일 미용실 등의 영업을 재개한 뒤 고객이 수만명 늘었지만 대부분 다른 지역 주민들이었다. 메건 피츠패트릭 메릴랜드대 교수는 “일부 주의 경제활동을 먼저 정상화하면 전체 코로나19 확산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봉쇄조치를 서둘러 해제했다가 곤란에 처한 경우도 있다. 지난달부터 봉쇄조치를 완화한 뒤 최근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난 이란에선 일부 지역이 초강경 카드를 다시 꺼내 들기도 했다. 쿠제스탄주정부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을 지키지 않아 환자 수는 3배, 환자 입원율은 60% 증가했다”며 지역봉쇄 명령을 발동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양상에 대해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의 제한적 지식에 근거해 스스로를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밀폐된 실내보다 야외가 더 안전하다’는 동일한 가설 하에서도 리투아니아는 레스토랑ㆍ바의 야외 영업공간 확보 차원에서 도로를 폐쇄한 반면 태국은 공원에서조차 대규모 모임을 금지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톰 잉글스비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국장은 “전 세계가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에 공중보건과 사회 정상화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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