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방조’ 주장에 흔들리는 美 대학풋볼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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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대 풋볼팀의 전설적 명장이었던 보 스켐베클러 전 감독. <로이터>

故 보 스켐베클레 전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
“대학 주치의, 선수 성추행 때 방조” 논란 휩싸여

보 스켐베클러는 미국 대학 미식축구(풋볼)계의 전설이다. 1969년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으로 부임해 1989년 은퇴하기 전까지 21년간 234승 65패 8무의 성적을 기록했다. 승률 85%. 미국 대학풋볼 ‘빅텐리그’에서 당시 꼴찌였던 미시간대를 최강자로 바꾸면서 재임 기간 감독상을 4차례나 수상했다.

그가 2006년 11월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면에 그의 부고 기사를 실었고 ESPN은 특집방송을 편성했을 정도다. 그는 운동장 안에서는 혹독하게 선수들을 훈련시켰지만 밖에서는 자상한 형이자 아버지 역할을 했다. ‘전설의 리더, 보’라는 책은 그가 단 한 건의 스캔들에도 연루된 적이 없었다고 기술했다.

현역 시절 흠결 없는 전설적 명장이었던 스켐베클러 전 감독이 오명에 휩싸였다. 그의 아들과 미시간대 풋볼팀 선수 출신의 폭로가 잇따르면서다. 1966년부터 2003년까지 미시간대에서 일하며 건강서비스 책임자, 풋볼팀 주치의 등을 역임했던 로버트 앤더슨이 선수들을 추행하고 폭행했던 사실을 스켐베클러 전 감독이 알고서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10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1982~86년 팀에서 와이드리시버로 뛰었던 길반니 존슨은 앤더슨에게 15차례 이상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존슨은 두 번째 사건 직후 스켐베클러 감독에게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만약 1학년 때 첫 진찰을 한 뒤 감독이 앤더슨을 제지했다면 나머지 폭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7~79년 선수였던 다니엘 퀴왓코프스키도 “감독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았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옮겼지만 앤더슨 박사와 감독이 내게 끼친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앤더슨이 1971년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한 남성의 폭로가 지난해 2월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그 이후 고발자는 850명까지 늘어났다. 앤더슨은 2008년 숨진 상태다.

미시간대는 앤더슨의 잘못을 인정하고 거듭 사과했다. 다만 스켐베클러 전 감독의 과오를 두고는 주장이 엇갈린다. 스켐베클러 감독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짐 하보 현 미시간대 풋볼팀 코치는 미 AP통신에 “스켐베클러는 무언가를 숨기거나 무시한 적이 결코 없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레베카 모드락 미시간대 예술디자인대 교수는 디트로이트뉴스에 “최근의 폭로는 대학이 성적인 잘못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증거”라고 비판했다.

최근 수년 미국 대학스포츠계에서는 성범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시간주립대와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래리 나사르가 30년 가까이 여자 선수 260여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360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2월에는 이 파문에 연루된 전 체조대표팀 코치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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