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 ‘들썩’… 애주가들 부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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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소주와 맥주 등 주류 제품들의 가격이 오르며 애주가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인타운 내 한 한인마켓의 주류 판매 코너의 모습.

제조사들 출고가격 인상에 수입 판매가도 함께 올라

며칠 전 한인타운 내 8가길 선상의 한 고깃집에서 직장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했던 한인 박모씨는 식당의 소주 값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고 했다. 메뉴판에 적힌 소주 한 병 가격이 15달러라는 것을 본 박씨는 깜짝 놀랐다. 맥주 가격도 9달러로 소주와 맥주를 1병씩만 마셔도 20달러가 넘어가 웬만한 음식값에 버금 가는 부담이다.

식당 주인에게 소주 가격이 오른 것 같다는 물었더니 “물가와 인건비가 너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주인의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직장 동료들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소맥 폭탄주’를 한 두 잔 돌렸더니 폭탄 술값이 됐다”며 “이젠 소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없게 됐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즐길 수 있어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의 식당 판매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한국 주류업체들의 소주 가격 인상에 유통 과정을 거치며 한인타운 내 한인 식당에서 소주를 비롯한 주류 가격을 더 올려 잡은 탓이다. 식당의 소주 가격이 오르자 반주로 소주를 즐기려는 한인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식당 업주들도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식당 운영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인타운 내 한인 식당의 소주 가격이 상승한 것은 주류회사의 출고가 인상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이미 지난해 소주 출고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의 출고 가격을 7.9%,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의 출고 가격을 7.7%를 각각 인상했다. 여기에 미국으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해 미주 시장 출고 가격도 10% 정도 인상됐다.

현재 한인 마켓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3.99~5.99달러에서 결정돼 판매되고 있다. 간혹 세일 판매로 1.99달러나 2.99달러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소주 할인 판매의 횟수와 할인폭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마켓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주류업체가 소주의 출고 가격을 올리면 마켓에 비해 실제 식당에서 소주값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켓의 경우에는 다양한 주류업체의 소주들이 판매 경쟁을 하는 구조여서 박리다매와 제품 알리기에 초점을 두다 보니 마켓 입점 마진을 최소화하는 데서 판매 가격을 결정한다.

이에 반해 식당의 소주 가격은 각 지역마다 허가를 받은 주류 도매업체를 거쳐서 식당에 납품되는 과정에서 도매업체의 마진도 더 붙게 되고 식당의 마진이 추가로 더해지는 구조다. 도매업체의 식당 소주의 납품 가격은 20~25% 더 비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식당 마다 소주 판매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12달러에서 16달러선이 가장 많으며 일부 식당의 경우 소주 1병 가격이 17달러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소주 판매 가격 상승은 그만큼 식당의 수입에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한 한인 식당 업주는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음식값을 인상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음식값에서 줄어든 마진을 술 판매를 통해 벌충하고 있어 ‘술로 장사한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의 소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 한인 이모씨는 “음식값도 오르고 소주값도 오르다 보니 식당에서 반주하는 재미를 빼앗겼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럴 바에는 투고에 집에서 소주나 좋은 위스키를 마시는 게 차라리 낫다”고 했다.

소주 가격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한인 식당들도 있다. 올림픽길에 위치한 한식당 업주는 “몇 해 전부터 소주 1병에 10달러의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며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보니 렌트비 부담이 없다 보니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