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됐던 시카고 지역 사업가가 사망한 지 수개월이 지난 가운데, 구금시설 내 의료 서비스와 처우를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ABC7 시카고 I-팀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에 30년 이상 거주했던 사업가 넨코 간체프(56)는 2025년 12월 15일 미시간주 볼드윈에 있는 노스레이크 교정시설(North Lake Correctional Facility)에서 숨졌다.
노스레이크 교정시설은 중서부 최대 규모의 ICE 구금시설 가운데 하나로, 최근 1년 동안 시카고 지역에서 체포된 수백 명의 이민자들이 이곳으로 이송됐다.
간체프의 사망은 전국 ICE 구금시설에서 잇따르고 있는 수십 건의 사망 사례 가운데 하나로, 구금 환경과 의료 서비스의 적절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의회 의원들은 최근 국토안보부(DHS)를 상대로 구금 중 사망자가 증가한 이유를 추궁했으며, DHS 감찰관실도 구금시설 운영 실태에 대한 공식 평가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전국 ICE 구금시설에서 최소 4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DHS는 “사망자가 급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ICE 구금자들은 생애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간체프는 시카고에서 사업체와 부동산을 운영하며 생활해 왔으며, 지난해 9월 미국인 아내와 함께 영주권 인터뷰에 참석했다가 ‘오퍼레이션 미드웨이 블리츠(Operation Midway Blitz)’ 과정에서 ICE에 의해 구금됐다.
이후 그는 미시간주 노스레이크 교정시설로 이송됐으며, 수감 기간 동안 아내와 간헐적으로 화상 통화를 해왔다.
그러나 체포된 지 82일 만에 그는 구금시설에서 숨졌다.
가족과 지인들은 간체프가 구금 기간 동안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지만 교정시설 측이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족 친구인 안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인데도 적절한 식단조차 제공되지 않았다”며 “점점 몸이 나빠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법을 통해 확보한 수사자료와 감시카메라 영상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8시 58분 교도관은 순찰 중 손전등으로 간체프의 상태를 확인했고, 그가 팔을 얼굴 위로 움직이는 모습을 본 뒤 순찰을 계속했다.
하지만 불과 3분 뒤 큰 소리가 들렸고, 교도관들이 달려가 확인한 결과 간체프는 얕은 호흡을 하며 얼굴이 파랗게 변한 상태였다.
교도관들은 의료진을 호출했고, 간체프는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미시간주 검시관은 사인을 심장마비로 판정했으며, 제2형 당뇨병이 사망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기록했다.
지역 경찰도 “자연사”라는 결론을 내리고 추가 수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영리 의료단체 ‘이주민 임상의 네트워크’의 최고 의료책임자인 라슬로 마다라스 박사는 “당뇨병 환자가 구금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비극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은 간체프가 사망 수주 전 심장 이상 소견으로 심장 전문의 진료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권유받았지만 실제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ICE가 작성한 사망 보고서에도 심장 전문 진료 의뢰 사실은 기록돼 있지만, 예약이 실제로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권단체와 의료계는 지난해 말부터 약 6개월간 ICE 구금자들의 외부 의료비 지급 체계가 사실상 마비됐던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카일 버지언 변호사는 “전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많은 구금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일부는 응급 상황이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재향군인부(VA)가 ICE 구금자의 외부 진료비 지급을 대행했지만, 지난해 10월 계약이 종료되면서 새로운 지급 시스템이 마련되기까지 약 6개월의 공백이 발생했다.
당시 ICE는 내부 문건에서 “투석, 산전 진료, 항암 치료 등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이 지연될 수 있는 비상 상황”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DHS는 “의료비 지급 공백이 간체프의 치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체프 사례는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ICE 구금시설 사망 논란의 대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민간 교정업체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발생했으며, 노스레이크 교정시설을 운영하는 GEO그룹 시설에서만 지난해 2월 이후 14명이 숨져 가장 많은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반면 DHS는 “사망률은 전체 구금자의 0.008~0.009% 수준으로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며 “미국 일반 교도소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체프가 생존해 있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연방법원의 영장 없는 체포 적법성 소송 결과에 따라 석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체프는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겼으며, 가족들은 현재 구금시설의 의료 대응과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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