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시의 주차미터기 운영권을 뉴욕계 투자회사에 매각하는 안건이 시의회 안팎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표결이 전격 연기됐다.
시카고 시의회 재정위원회는 13일 예정됐던 주차미터기 운영권 매각 승인 표결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시내 3만6,000여 개 주차미터기와 연간 수천만 달러 규모의 수익을 둘러싼 향후 처리 방향도 불투명해졌다.
팻 다우얼 재정위원장은 “새롭게 확인된 사항과 관련해 스톤피크 파트너스(Stonepeak Partners) 측과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표결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기존 계약에 따라 오는 24일까지 시의회 승인이 필요했지만, 이 기한도 연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피크 측은 표결 연기와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거래는 현재 운영권을 보유한 시카고 파킹 미터스 LLC(Chicago Parking Meters LLC)가 주차미터기 운영권을 25억3,000만 달러에 스톤피크에 매각하는 내용이다.
시카고 주차미터기 계약은 2008년 당시 리처드 M. 데일리 시장 재임 시절 체결됐다. 당시 시는 75년 운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11억5,000만 달러를 받았지만, 이후 대표적인 실패 정책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브랜든 존슨 시장은 지난 1월 “매입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시가 직접 운영권을 되사는 방안을 포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존슨 시장이 시의원들에게 전달한 메모에 따르면 시는 운영권을 되사기 위해 32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자금 조달 과정에서 자동차 주차 위반 벌금과 공영주차장 세수, 주차미터기 수입까지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시는 “주차미터기 수입이 부족할 경우 일반회계 재원까지 상환에 투입될 수 있어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각안은 재정 문제 외에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진보 성향 시의원들은 스톤피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 추방 항공편을 운영했던 옴니 에어 인터내셔널(Omni Air International)의 소유주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시사매체 마더 존스(Mother Jones)는 지난 3월 해당 항공편에서 이민자들이 수갑과 족쇄를 찬 채 장시간 이동했고, 일부 비행에서는 화장실 이용조차 제대로 허용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존슨 시장의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은 시장이 시의회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협상 과정에서 계약 조건을 변경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예산위원장인 제이슨 어빈 시의원은 이날 시카고 트리뷴 기고문을 통해 매각안을 거부하고 공공 인프라 신탁기금을 설립해 시민이 주차미터기 운영권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카고시는 현재 재산세와 판매세를 담보로 한 부채가 105억 달러를 넘고 있으며, 공무원연금 충당금도 364억 달러에 달해 추가 차입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브랜든 존슨 시장은 2008년 체결된 주차미터기 계약을 “미국 지방정부 역사상 최악의 계약”이라고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현재 계약은 앞으로도 57년이 남아 있으며, 운영업체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약 19억7,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운영권 확보를 위해 시에 지급했던 금액보다 약 5억 달러 많은 수준이다.
계약에 따라 시는 공사나 행사 등으로 주차 공간을 폐쇄하거나 장애인 주차 허가 차량 이용 등으로 수익이 줄어들 경우 운영업체에 손실보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로 인해 시는 지난해에만 760만 달러를 지급했으며, 2025년에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사용하지 못한 주차 공간에 대한 보상금으로 총 2,520만 달러를 추가 지급하기로 시의회가 승인했다.
시카고시 주차미터기 운영권 매각 여부는 추가 협의를 거쳐 다시 시의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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