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하루 30~40g부터 건강 효과 나타나
▶ 60~100g 섭취 때 개선 효과 가장 커
▶ 콜레스테롤·혈압·혈당·체중에 도움
▶ 오트밀·현미·퀴노아 등 하루 4~6회분
▶ “정제 곡물 대신 통곡물 선택 중요”
통곡물(whole grains)이 심장 건강에 좋고, 충분히 섭취하면 심장질환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건강상 차이를 느끼려면 통곡물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최근 ‘유럽심장저널’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했다.
이번 분석은 87건의 무작위 대조시험에 참여한 약 6,5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통곡물 섭취가 심혈관질환의 다양한 위험 요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연구진은 단순히 통곡물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통곡물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건강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통곡물 섭취량이 많을수록 심장 및 심혈관·대사 건강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소폭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총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혈압, 체중, 허리둘레, 혈당 조절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건강상 이점은 일반적으로 하루 약 30~40g의 통곡물을 섭취했을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통곡물의 무게는 조리하기 전 마른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가장 큰 개선 효과는 하루 약 60~100g을 섭취했을 때 관찰됐다. 이는 대략 하루 4~6회 제공량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로 오트밀 한 그릇을 먹고, 점심에는 퀴노아 샐러드, 저녁에는 현미 또는 야생쌀밥을 먹은 뒤 간식으로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뜨거운 공기로 튀긴 팝콘 몇 컵을 먹는다면 이 정도의 통곡물 섭취량에 도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책임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이란 타브리즈 의과대학의 영양학 전공 헬다 투툰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통곡물 섭취량을 늘리면 이미 확립된 여러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개선할 수 있다는 무작위 임상시험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분석에 포함된 임상시험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실제 심혈관질환 발생 자체가 아니라 질병의 ‘위험 요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연구 결과는 통곡물을 섭취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같은 수치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통곡물을 더 많이 먹는 것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직접적으로 예방한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다.
투툰치 교수는 “따라서 통곡물의 잠재적 중요성은 특정한 한 가지 지표가 극적으로 개선되는 데 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위험 요인에서 비교적 작은 개선 효과들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데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계도 있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무작위 대조시험 가운데 상당수가 약 8주 동안만 진행됐다는 점이다. 투툰치 교수는 “따라서 이러한 개선 효과가 수년에 걸쳐 장기간 지속되는지는 이번 연구들을 통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 통곡물 얼마나 먹어야 하나
심장 건강에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난 것은 하루 약 4~6회 제공량의 통곡물을 섭취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절대적인 섭취 기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이 매일 반드시 이 정도의 통곡물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라고 투툰치 교수는 강조했다.
뉴욕대(NYU) 랭곤 그리핀 건강수명·활력센터의 공인 영양사이자 요리의학 및 영양 부문 책임자인 루르데스 카스트로는 “통곡물 섭취를 늘리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적정 섭취량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카스트로는 설명했다. 개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과 활동량, 건강 상태, 평소 함께 먹는 다른 음식, 구할 수 있는 식품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하루에 통곡물을 3회 제공량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은 하루 2,000칼로리를 섭취하는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통곡물을 하루 2~4회 제공량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하루 섭취 칼로리가 이보다 많거나 적다면 통곡물 섭취량 역시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예일대 의과대학 요리의학 창립 디렉터이자 예일 뉴헤이븐 헬스의 어빙 앤 앨리스 브라운 교육주방 책임자인 네이트 우드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평균적으로 한 끼에 통곡물 1회 제공량을 먹는 것이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곡물 1회 제공량은 조리한 귀리나 보리, 퀴노아 또는 현미 약 반 컵 정도에 해당한다.
카스트로는 “나는 통곡물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식사에 이를 포함시키는 실용적인 방법을 선호한다”며 “예를 들어 아침에는 오트밀을 먹고, 점심에는 퀴노아를, 저녁에는 통밀알을 먹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통곡물 성분이 들어간 포장 가공식품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곡물의 원형이 그대로 유지된 형태로 섭취할 것을 권했다.
예를 들어 통곡물 가루로 만든 크래커나 파스타를 먹는 것보다는 현미와 파로(farro), 퀴노아 등을 곡물 형태 그대로 먹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곡물을 가루로 빻는 제분 과정에서 곡물 자체의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통곡물을 온전한 형태로 섭취했을 때와 똑같은 건강상 이점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카스트로는 설명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단순히 통곡물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통곡물을 먹느냐도 중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투툰치 교수는 “우리의 탐색적 분석에서는 서로 다른 종류의 통곡물이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가능성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귀리는 혈중 지질을 낮추는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 반면 현미는 혈중 지질과 염증 개선과 연관성이 있었고, 호밀은 체지방과 관련된 지표의 개선과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물론 심장 건강을 위해서는 전체적인 식단 구성도 중요하다. 충분한 통곡물을 섭취하는 것과 함께 심장에 좋은 식단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과일과 채소, 지방이 적은 단백질, 건강한 지방과 오일을 포함해야 한다. 반면 나트륨과 첨가당, 알코올, 고도로 가공된 식품의 섭취는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곡물을 더 많이 먹는 방법
우드 박사는 “통곡물은 우리 몸에 좋기 때문에 더 많이 먹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나는 정확히 얼마나 많이 먹느냐에 지나치게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가 먹는 전체 곡물 가운데 정제곡물과 비교해 통곡물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와 카스트로는 평소 식단에 통곡물을 자연스럽게 더 많이 포함시킬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제안했다.
▲아침 식사로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시리얼 대신 오트밀을 먹는다. 단, 첨가당이 많이 들어간 오트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점심에는 흰빵 대신 100% 통곡물빵을 사용해 샌드위치를 만든다. ▲저녁에는 흰쌀밥 대신 현미나 야생쌀을 먹는다. ▲불구르, 퀴노아, 겉껍질을 벗긴 보리, 통밀알, 기장, 파로 등 다양한 곡물을 직접 먹어보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다. ▲일요일에 통곡물을 한꺼번에 조리한 뒤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해두고 일주일 동안 필요할 때마다 식사에 곁들여 먹는다.
카스트로는 “물을 끓일 줄만 안다면 통곡물도 요리할 수 있다”며 통곡물 요리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By Beth Kriets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