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 12만명 눈앞엔 막막한 미래

446

경유지 도하의 임시숙소 이미 포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황급히 짐을 싸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아프간인들에게는 또다른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서 낯선 타국에 던져진 이들은 일단 생명의 위협이 사라져 안도하면서도, 고국을 등지고 미국에 정착해 제대로 삶을 꾸려나갈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속에 막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탈레반의 신속한 아프간 장악에 전혀 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행을 택한 아프간인들의 폭증으로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은 지적한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11만7천명 이상이 카불을 빠져나왔다.

대다수는 아프간 국민으로, 이들 중 이미 수천 명은 미국 땅을 밟았고 나머지는 카타르 등 중동과 독일 등 유럽의 중간 경유지에서 신분 확인, 비자, 난민 인정 작업을 거치면서 미국이나 제3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미국에 들어온 아프간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미국의 수용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미국 정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의 신속한 진격과 아프간 정부의 몰락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미국의 오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불 공항의 극심한 혼란과 테러 위험에서 벗어나 카타르 도하 등 경유지에 도착한 아프간인들은 안도할 틈도 없이 또다시 열악한 상황에 직면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의 격납고 안에 설치된 아프간인 임시 숙소는 불볕 더위에도 에어컨도 일부만 가동되고 있으며, 화장실도 오물과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미군 장병들이 예상치 못한 아프간인들의 폭증에 따라 이들을 돕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지만, 이미 카타르 미군기지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 또 다른 인도주의적 재난의 우려가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알우데이드 기지에서 며칠을 보낸 아프간인들은 도하 외곽의 옛 미군기지였던 캠프 아스 사일리야에 설치된 거처로 옮겨 지내고 있다. 아프간인들이 몇 달간 지내야 하는 이곳도 이미 수용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식사 배급을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리지만 손에 드는 미군 전투식량은 양이 넉넉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무더위와 배고픔은 참을 수 있지만, 고국에 두고 온 가족과 친지들의 안위에 대한 걱정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한다.

이미 미국 땅을 밟은 사람들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기는 매한가지다.

그나마 난민 자격을 갖춘 이들은 미국에서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걱정이 덜하지만, 급하게 탈출하는 바람에 신분증과 서류를 챙겨오지 못한 대부분의 아프간인은 믿었던 미국 정부조차 우왕좌왕하는 것을 지켜보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미국에 도착한 일부 아프간인들은 아프간 이민자 사회가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 등지에서 정착을 모색하지만, 물가가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