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된 입양아‘45년만의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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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출신 입양인으로 한인 여성 최초의 NFL 공동구단주로 성공한 킴 페귤라(왼쪽)씨가 남편과 함께 버팔로 빌스 구장에서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오빠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킴 페귤라씨의 모습(작은사진). [데모크랫&크로니클]

킴 페굴라의 딸 제시카[연합]
5세 때 미국 온 킴 페굴라
남편과 NFL 구단 등 소유
딸 테니스 경기 보러 모국에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했다. 지난 1974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지난 어느 날. 서울 길거리에 버려진 한 여자아이가 미국으로 입양됐다. 말 그대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이 여자아이는 다만 1969년생이라는 생년월일만 알려졌고, 여자아이를 입양하려던 뉴욕의 한 가정으로 보내졌다.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의 이름은 ‘킴’(Kim)으로 정해졌고, 당시 입양한 가정의 성을 따라 ‘킴 커’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이후 이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서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시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킴은 식당을 찾은 한 남성을 만났고 이 남자는 천연가스 기업가인 테리 페굴라였다. 테리 페굴라는 당시 킴에게 명함을 건네며 일자리를 제의했고, 이후 1993년 이들은 결혼에 이르렀다.
페굴라는 천연가스, 부동산,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하는 기업가로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 올해 기준 424위에 오른 ‘억만장자’다.
킴 페굴라는 마케팅과 미디어 관련 업무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 사업 확장에 기여했고, 2014년 테리 페굴라가 미 프로풋볼(NFL) 버펄로 빌스 구단주가 될 때는 킴 페굴라에게 ‘주요 업무를 맡는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구단 운영을 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알려졌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버펄로 세이버스 구단주이기도 한 이들 부부는 2014년 NFL 버펄로 구단주가 될 때는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구단 인수 경쟁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고아였다가 미국에서 프로스포츠 구단주가 된 페굴라는 큰 딸인 제시카가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의 딸은 16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제시카 페굴라는 현재 WTA 투어 단식 세계 랭킹 60위에 올라 있고, 지난달 WTA 투어 시티오픈에서 생애 첫 단식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시합 하루 전 인터뷰에 응한 페굴라는 대뜸 “사실 저 하프 코리안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한 번 활짝 웃은 페굴라는 “엄마, 아빠가 제 경기를 보러 곧 한국에 오신다”며 “엄마는 입양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오는 것이라 정말 특별한 한국 여행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 한국에 도착한 제시카에게 ‘추석’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칠면조 없는 추수감사절이라고 들었다”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한 그는 “나와 엄마는 김치를 좋아하는데 아빠는 냄새 때문에 영 싫어하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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