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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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언 변호사(법무법인 미래/시카고)

요즘 본국 뉴스 보기가 답답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이제 국회를 넘어 일반국민들까지 거리로 나오게  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우리에겐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애써 이해해 봅니다. 역사는 보수와 진보 두 날개를 가지고 난다고 했던가요. 다만 광장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양쪽의 지지와 불만이 표출되고 또 해소되는것이 좀 더 선진화된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도 매사 논쟁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좌우 대립이 선을 넘는 느낌을 받게 되는 시절입니다. 그 중에도 이민정책은 국익을 최우선하는 보수와 공정과 약자를 신경쓰는 진보간 경쟁의 최전선 이슈라 할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이 와중에도 한국보다는 여전히 시스템을 통해 싸움이 진행되는데, 오늘은 지난 한달간 초미의 관심이었던 두가지 이민법 이슈가 처리되는 과정을 사례로 보여드겠습니다.

2019년 9월과 10월, 한국계 이민자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져올 수 있었던 2가지 반이민정책이 좌절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11일 뉴욕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10월 15일부터 시작되기로 하여 I-944 새로운 이민양식까지 나온 Public Charge, 즉 복지혜택수여 이슈로 영주권 거절하려는 연방행정부의 정책을,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타당한지 검토하여 수정할때까지는 실시하지 못하게 막은 가처분 (injunction)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부분은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보수적인 연방 행정부의 정책이 선을 넘을 경우, 진보적인 주에 위치한 연방 사법부에서 법률적인 제동을 가합니다. 이와 방향만 다른 똑같은 일이,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의 청소년 추방유예 (DACA)제도의 연장을 보수적인 텍사스 주의 연방법원의 가처분 판결로 중도에 그치게 만들때 작동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통령은 지지층에 정책수행의 의도와 결과를 보이고, 만약 그 정책이 매우 지나칠때에는 반대 세력이 법원을 이용하여 정책의 연기나 수정을 추구하면서 중간으로 수렴해 가는 것입니다.

사실 Public Charge 이슈는 이미 미국내 이민이 아닌 해외의 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민오려는 경우에는 영사들에게 공식적으로 2018년 1월부터 수정되어 지시된 Foreign Affairs Manual (FAM) 에 의해 강력히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전세계 대사관 합쳐서 천명정도였던 공공혜택 이슈의 이민거절이 지난 2년간 수만명에 이르는 거절 사유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을 들어오려는 출입구는 강력하게 막고, 이미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에게는 조금 후하게 정책을 쓰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가 하면 통과가 유력해 보였던 국가별 이민쿼터제한 철폐법안이 상원의 민주당의원 딕 더빈에 의해 지금 거의 좌절되고 있습니다. 하원을 이미 통과한 HR1044 법안과 상원의 유사법안 S386은 그 통과로 결과적으로 인도 한나라 출신에게만 앞으로 수년간 이민쿼터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는 숨겨진 진실이 조금씩 더 공감을 얻어 가고 있습니다. Fast Track 으로 통과하려던 이유가 이러한 부분을 숨기려던 것인데, 동유럽 이민자출신 어머니를 두었던 딕 더빈의 반대로 다행스레 큰고비를 넘어 가고 있습니다. 10년도 넘게 영주권을 기다려야 하는 인도이민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모든 나라 출신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의회 상하원의 법률심사 시스템이 결국 파국을 막고 있는 것이지요.

많은 이민자들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2019년 가을을 보내며, 저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도 좀더 정교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또 작동하여 정책적 갈등이 온국민의 스트레스가 아니라 정치와 타협을 통해 해결되는 날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