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알코올 중독과 동일한 체계 적용…예방 교육·상담 프로그램도 강화
일리노이주가 도박중독을 공식적인 중독 질환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시행하면서 도박중독 치료와 예방을 위한 지원 체계가 한층 강화된다.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 25일 상원법안(SB) 2749에 서명했다. 이 법은 기존의 약물사용장애법(Substance Use Disorder Act)을 개정해 도박중독을 알코올 및 약물중독과 동일한 법적 체계 안에서 다루도록 했다.이에 따라 일리노이주 인적서비스국(IDHS) 행동건강국은 강박적 도박 문제를 겪는 사람과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 치료, 예방 프로그램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법안을 발의한 줄리 모리슨 주 상원의원은 “도박중독 역시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처럼 분명한 질환이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이번 법안은 상·하원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다.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며, 하원에서도 공화당 의원 11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도박중독은 알코올이나 약물중독과 달리 외형적으로 증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아 ‘숨겨진 질병’으로 불린다.전문가들은 도박을 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강한 중독성을 유발하며, 이는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과 유사한 수준의 의존성을 만든다고 설명한다.특히 도박중독은 모든 중독 질환 가운데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문제도박위원회에 따르면 강박적 도박을 하는 사람 5명 가운데 1명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리노이에서는 성인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인 100만 명 이상이 도박중독을 겪거나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최근 캐피털 뉴스 일리노이와 일리노이 앤서스 프로젝트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리노이 주민들이 도박으로 잃은 금액은 77억 달러를 넘어섰다. 상당수는 강박적 도박 이용자들이 상속금과 퇴직자금, 저축 등을 잃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도박중독 치료 전문가들은 질환 특성상 당사자들이 문제를 숨기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인식도 낮아 치료를 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리노이 행동건강협회(IABH)의 정책분석가 라이언 에이튼은 “도박중독 치료 시스템은 약물·알코올 중독 치료보다 수년 뒤처져 있다”며 “이번 법은 문제를 공론화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일리노이 인적서비스국은 이번 법 시행으로 도박중독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질환으로서의 인식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개정법에 따라 앞으로는 도박중독만으로도 주정부 지원 입원치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중독 전문 상담사 교육도 확대된다.또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조기 예방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예방사업도 강화될 예정이다.프리츠커 주지사 측은 “도박산업은 책임 있게 관리되어야 하며 소비자 보호와 치료·예방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법은 일리노이주의 도박중독 예방과 치료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이번 법안에는 별도의 신규 예산이 포함되지는 않았다.주 의회는 2026회계연도 예산에서 도박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1,500만 달러를 배정해 전년도보다 500만 달러를 증액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일리노이주는 도박세 100달러를 거둘 때마다 실제 치료와 예방에 사용한 금액은 6센트에 불과했다.또 이번 법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의 도박중독 치료비 지원까지는 포함하지 않아 저소득층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을 계기로 향후 메디케이드 적용 확대와 추가 예산 확보 등 후속 입법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캐피털 뉴스 일리노이는 “도박중독을 공식 질환으로 인정한 이번 조치는 치료와 예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점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