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이후 33%나 급등
▶ 육류부터 모든 품목 올라
▶ 장바구니 지출 비중 최고
▶ 중·서민층 고통·타격 집중
남가주 등 미 전국에서 식료품 가격이 2019년 초 대비 올해 33%나 치솟아 지난 50년간 가장 큰 폭의 인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식료품값 상승은 중·서민층의 재정에 집중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주면서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거나 굶주림 현상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AP통신 등 언론들이 연방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같은 식료품 가격 폭등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기후 재해, 국제 분쟁, 관세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운송비와 인건비가 치솟았으며 가뭄과 허리케인·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기후·질병 재해가 이어지면서 농산물과 유제품·축산물 등 식료품 원재료 생산량이 크게 줄고 생산 비용도 급증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2024~2025년 미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커피·토마토·초콜릿· 등 주요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련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석유와 비료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비는 더 커졌는데, 최근에는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간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해 물류비가 상승하면서 식료품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한 번 오른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고착화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 같은 가격 폭등 속에서 소비자들은 각자 생존 전략을 세우며 생활을 조정하고 있다. 할인 앱과 쿠폰을 적극 활용해 가격을 비교하고, 브랜드 제품 대신 저가 대체품을 선택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쇠고기 등 비싼 육류 소비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나 가공육으로 식단을 바꾸는 가정도 많으며, 일부는 식품 무상 배분 비영리 기관인 ‘푸드 뱅크’와 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SNAP)에 의존해 하루 한 끼만 제대로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전국 비영리 단체들이 운영하는 푸드 뱅크에는 지난 수년년 이래 가장 많은 서민들이 몰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소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는 닭고기와 가공육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시민은 “할인 품목 중심으로 식단을 짠다”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SNAP 등 정부지원 프로그램과 무상으로 식료품을 제공하는 푸드뱅크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한인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한인 주부 박모씨는 “세일 품목 위주로 식료품을 사기 위해 매주 1, 2개의 한인마켓과 코스코, 랄프스를 돌고 있다”며 “갈 때 마다 오르는 가격에 놀라서 물건을 집었다가 놓았다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저소득층은 소득의 3분의 1을 식비에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 때문에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시장조사기업 서카나 글로벌의 샐리 라이언스 와이엇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재정적 압박 속에서 각자 가계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단순히 가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할인 제품 집중 구매·브랜드 교체·식단 조정 등 생활 전반을 전략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의 맷 해모리 글로벌 식료품 부문 책임자는 “소비자들은 매주 식비에 대해 심리적으로 허용 가능한 금액을 정해놓는다”며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느껴지면 더 비싼 매장에서 쇼핑하거나 간식을 사기도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결국 더 저렴한 매장으로 옮기거나 소비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소득이 낮은 서민층은 식료품 지출 비중을 줄이면서 가격이 저렴한 캔 음식 등 지방이 많고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 위주로 생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보건 당국은 중장기적으로 서민층의 건강과 의료비 지출 급증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사를 거르는 미국인들도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