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고흐, 영원의 문에서 (At Eternity’s Gat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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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빈센트 반 고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최애하는 화가중의 한명일 것이다.

광기와 비운의 천재였던 그의 고독하고 굴곡진 삶은 그의 작품과 함께 불멸의 신화가 되었다. 여위고 괴팍해 보이는 그의 자화상을 보면 괜히 슬프고 미안한 기분이 든다. 1957년작 흑백 영화 “러스트 포 라이프”(Lust for Life)에서 ‘커크 더글라스’는 고흐 그 자체였다. 수십년이 흘러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안소니 퀸’이 ‘폴 고갱’으로 나와서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고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색과 구도에 대한 강박과 그림에 대한 열정, 정신병과 세상의 편견과 싸우며 창작의 고통과 희열에 온전히 잠식당하는 고흐의 마지막 몇년에 관한 영화가 있다.  인생의 정점에서 뇌졸증으로 왼쪽 눈만 빼고 전신마비가 된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 “잠수종과 나비”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줄리안 슈나벨’ 이 연출하고 연기파 배우 ‘윌리엄 대포’가 한없이 인간적이고 고통받는 고흐를 강렬하게 연기한다.

고흐의 그림에 대한 사랑과 경외는 제목처럼 영원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자의 헌신처럼 느껴진다. 대포는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오스카 남우주연 후보에도 올랐는데,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에게 뻿겼다.  ‘오스카 아이작’의 폴 고갱,  잠수종과 나비의 주인공을 맡은 프랑스 배우 ‘마티외 아말릭’의 의사 ‘가제트’, 고흐를 상담하는 신부 역의 ‘매즈 미켈슨’등 각국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유난한 예술가적 기질과 섬세한 신경으로 감정 소모가 심한 고흐는 프랑스 ‘아를르’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노란 집의 노란 방에서 캔버스와 스케치 북에다 독특한 기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간다. 아를르의 자연 풍경을 그리다가 시들거나 죽지 않을 꽃들을 캔버스에 그리며 정물화에 집중하기도 한다. 자연을 그리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 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그를 괴롭힌다.  창작에 대한 그의 기행으로 마을 주민들이 불평을 하자 지방 관리는 그를 정신 병동에 보내고

파리에 있던 동생 ‘테오’가 내려온다. 테오는 화가 폴 고갱에게 형을 만나줄 것을 부탁한다. 고갱을 만난 고흐는 흥분하지만 둘 사이는 예술적 견해 차이로 곧 소원해지고 고갱은 고흐를 떠난다. 낙심한 고흐는 한쪽 귀를 자르고 다시 정신 병동에 보내진다. 그곳에서 고흐에게 신과 예술에 대한 질문을 한 신부는 고흐를 내보낸다. 아를르 주민들이 풀려 난 고흐를 거부하자 그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 로 간다.  고흐는 오베르에서 유화와 드로잉에 집중한다. 고흐가 자연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십대 소년들이 사냥총을 가지고 지나가다가 실수로 고흐에게 총을 쏜다. 소년들은 겁을 먹고 떠나고 고흐는 배에 총상을 입은 채 걸어서 숙소로 돌아온다. 의사에게는 자신이 쏘았다고 말하고 37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자살로 알려진 그의 죽음을 동네 십대들의 부주의한 총상이 원인이었다고 영화는 가정한다. 당시의 사건을 조사했던 고흐 전기 작가의 설명이 타당성있다.  고흐가 말년을 보낸 프랑스 각 지방을 다니며 찍은 촬영이 아름답다.

피아노 솔로와 현악 4중주를 사용한 담백하고 심금을 울리는 음악도 좋다.

영화를 위해 그림을 배우고 치밀하게 준비한  대포의 연기는 시대를 앞서 간 불우한 천재 고흐의 불안과 연약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이니 고흐의 팬이라면 꼭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