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류신분이 앗아간 한인 노부부 두 생명
▶ 식당서 20년간 매니저 근무
▶ 체류 신분에 치료 미루다 병원 문턱 넘지 못하고 사망
▶ 가족없어 장례식도 못치러
캐나다 토론토 노스욕에서 20여 년간 한인 식당을 지켜온 70대 한인 부부가 함께 숨진 채 발견돼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의료보험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부인과,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키다 생을 마감한 남편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류미비 체류자의 의료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캐나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숨진 부부는 노스욕 ‘압구정’ 식당에서 20여 년간 매니저로 근무해 온 김윤주(73)씨와 차명자(71)씨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오전 식당을 찾은 업주 최모씨와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차씨는 식당 안에 반듯하게 누워 숨져 있었고, 남편 김씨는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토론토 총영사관은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부와 평소 가까이 지내온 윤영욱 회계사는 “차씨는 암이 폐까지 전이된 말기 상태였고, 사망하기 2주 전부터는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며 “숨쉬기조차 힘들어 산소통을 구해다 줄 정도였다”고 전했다.
업주 최씨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깊은 자책감을 드러냈다. 최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차씨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 지난달 29일 병원에 가자고 권했지만 식당 휴무일인 다음 날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며 “30일 오전 9시30분쯤 딸과 함께 식당에 갔더니 이미 차씨는 숨져 있었고 김씨는 목을 맨 상태였다”고 말했다.
차씨는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최씨의 권유로 한인 가정의를 찾았다. 비록 의료보험은 없었지만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검진 결과 유방암이 이미 폐까지 전이된 말기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담당 의사는 즉시 응급실로 갈 것을 권유했지만 차씨는 이를 끝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상태는 급속히 악화됐고 결국 생을 마감했다. 주변에서는 이들 부부가 오랫동안 불안정한 체류 신분으로 살아오면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치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 방문을 계속 미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부부는 캐나다에 직계 가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과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장례 절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지훈 기자>
